출처 : http://www.h2.re.kr/index.htm
석유와 석탄 등 오염을 불러오는 화석연료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이며 오염 없는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
사회의 창조. 이 놀라운 계획이 북구의 얼음나라 아이슬란드에서 실현되고 있다. 지구의 미래를 바꿀 이 대담하고 진취적인 기획은 한 진보적 학자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아이슬란드 대학의 화학교수인 ‘브라기 아르나손’은 지난 30년 동안 수소에너지를 연구해 왔고 그 연구 결과를 통해 설정된
수소경제의 대기획을 향후 30년 안에 실현할 아이슬란드의 국정정책으로 채택되게 한 사람이다.
“내 바램은 아이슬란드가 다음 세계에
희망을 제시하는 최초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브라기 아르나손이 수소에너지 위주의 경제체계를 처음 제안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 그는 ‘수소 교수’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국가적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실험을 위해 나라에서는 3만9천평방마일에
이르는 실험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미 그의 과학적 성취는 자신이 봉직하고 있는 대학과 정부 그리고 다른 섬나라들 및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수소벤처사업’으로 실현되고 있다. 위대한 역사적 실험의 현장을 보고 실현성을 확인하기 위해 이미 수백 명의 과학자,
정치가, 투자자와 기자들이 지난 수년 동안 아이슬란드를 방문했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화석연료 경제체계로부터 우주에서 가장
풍부하고 무한한 자원이며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인 수소를 이용하는 경제로의 전환이 지구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가?’ 이런 전환은 분명 다가오는
세기에는 이루어지게 되겠지만 그 선택은 지금 우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계가 아이슬란드를 주시하는 이유는 그런 것이다.
‘수소를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 ‘운송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저장은 어떻게 하며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을
풀어내며 「수소경제계획」을 진행해온 아이슬란드는 오늘날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수소를 추출하는 메탄올을 생산하고 운반하는 체계로
개발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 중개 없이 직접 수송과 사용을 유지할 기반시설을 선택할 것인가?’ 핵심은 그것이다. 이 나라가 ‘점진적인 개선’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완전한 변화’로 야심에 찬 일보를 내딛을 것인가는 단지 이 나라뿐만 아니라 이 실험의 결론을 주목하는 여러 나라에
경제적으로 환경적으로 다른 전망을 갖게 할 것이다.
수소경제 선진국,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는 화산의 나라이다.
1500년대 이후 화산분출량이 지구상 용암 분출량의 1/3을 차지할 정도이며 최근까지도 활동을 하고 있는 1백50여개의 화산이 존재한다.
아이슬란드의 화산활동은 여러 가지 지리학적 과정을 수반한다. 저강도 지진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원주민들은 대개 지진에 무덤덤하다. 또한
화산활동으로 덥혀진 지표면에서 분출하는 온천이 전국에 산재한다. 온천이라는 뜻의 ‘가이저(geyser)’라는 단어도 원래는 이곳에서 쓰이는
‘흐린 날씨의 만(灣)’이라는 뜻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나라는 1940년대부터 이런 지열에너지를 가정난방과 건물 등에 쓰기
시작했다. 오늘날 수도의 모든 건물을 포함해서 90%에 달하는 건물이 지열로 데운 물로 난방을 하고 있다. 몇몇 도시에서는 원예용 온실에도
지열을 사용하며 일부에서는 발전동력으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나라가 사용하는 지열에너지는 사용 가능한 것의 단지
1%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슬란드는 엄청난 크기의 빙산이 곳곳에 산재해 있고, 깊게 깎여 나간 계곡과 아찔할 정도의 폭포, 힘이
넘치는 강들의 땅이다. 이런 물길이 최초로 수력발전에 이용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경이었다. 1940년대 덴마크로부터 독립을 선포하면서
아이슬란드는 적극적으로 수력생산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고, 제3세계 수준이었던 경제는 오늘날 가장 부유한 나라들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수력발전은 현재 이 나라 전력의 19%를 점유하고 있지만 잠재자원 중 단지 15% 만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라 이 비율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지역에서 자연경관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역사적 중요성 등에 대한 고려를 우선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슬란드는 재생가능한 부존자원인 지열과 수력발전으로 99.9%의 전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한
나라이다. 수송부문을 포함하여 에너지체계 전체로는 58%를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 나라가
내연기관체제에서 연료전지로, 또한 탄화수소체제에서 수소에너지체제로 쉽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런 전반적인 재생가능한 에너지체계
덕분에 아이슬란드는 화석연료없는 경제체제로의 빛나는 길을 향해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토탄과 석유
바이킹족이 이
섬에 정착하기 시작한 것은 9세기 전후였다. 이때부터 그들은 요리와 난방연료로 자작나무와 토탄을 사용했다. 오래지 않아 남벌로 인해 숲은
원료공급원으로서의 구실을 상실했다. 토탄 또한 추운 날씨에 잘 얼어붙는 탓에 연료로서 일정한 제약을 가지고 있었다. 토탄을 제외하고는
아이슬란드에는 이렇다할 화석연료가 없었다. 산업혁명이 추진력을 얻어가면서 이 나라도 석탄과 코크스를 수입해야만 했다. 지열이 에너지로써 활용되기
전까지는 석탄이 주요한 연료일 수밖에 없었다. 1800년대 후반 석유가 연료로 각광을 받자 아이슬란드는 석유 수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늘날
연간 85만톤의 석유가 수입되어 국가 전체 에너지사용량의 38%를 점하고 있으며 이 중 57%는 자동차 연료와 이 나라 주요 수출상품의 하나인
어업용 보트에 쓰이고 있다. 석유 수입 의존은 연간 1억5천만 달러의 해외지출을 의미하며, 수송과 어업에 의한 탄소방출이 각각 전체의 1/3씩을
점하고 있다.
온실가스 중 나머지 1/3의 방출은 대부분 금속산업 분야인 알루미늄 생산과 제련에 기인하는 것이다. 킬로와트 당
0.02달러에 불과한 이 나라의 전기료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것이어서 에너지집약적인 산업의 세계적 천국이 되고 있다. 수송과 어업과 함께
금속생산은 탄화수소방출에서 일인당 세계 최고의 방출량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 나라가 난방과 전력에서 절약하고 있는 온실가스 점유율을
상쇄하고 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그 동안 아이슬란드는 국제기후변화협약에서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1997년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온실가스 방출량은 1990년 기준이 적용된다. 이렇게 되면 아이슬란드는 90년 이전에 완료한 온실가스를 내보내지
않는 난방과 전력생산으로의 전환 실적이 협약 대상에 포함되지 않게 된다. 때문에 협약에서 공로(credit)를 인정받을 수 없다. 현재
아이슬란드 정부는 자국의 이런 특수한 상황을 세계를 상대로 설명하고 설득하면서 1990년과 2010년 사이에 10%의 추가방출을 용인하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당국은 이 나라가 새로운 알루미늄 제련시설을 짓게 되면 이렇게 늘려잡은 방출목표조차도 초과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위 ‘교토 딜레마’라 불리는 이러한 상황 때문에 아이슬란드는 아직까지 이 협약에 비준을 하지 않고 있는 몇 안 되는 선진국 중
하나이다.
이런 상황이 더욱 긴박해지자 최근 선출된 국회의원 ‘얄마 아르나손’이 1997년 의회에 「정부의 에너지 대안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내놓았다.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다가 국회의원이 된 아르나손은 현재 <대체에너지를 모색하기 위한 정부위원회>의 위원장이다.
그가 제일 먼저 위원회 위원으로 불러들인 사람은 다름 아닌 ‘수소 교수’ 브라기 아르나손이었다.
과학과 정치의
만남
2차 대전 종전 후 시행된 마셜플랜에 따라 아이슬란드는 1958년부터 레이캬비크 교외에 있는 국영 비료공장을 중심으로 수소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생산공정은 수력발전에 의한 전기를 이용하여 물에서 수소와 산소분자를 분리하는 소위 전기분해였다. 비료공장에서는 연간
13메가와트의 전기를 사용해서 2천톤의 액체수소를 생산하여 비료공장들에게 암모니아의 원료로서 공급했다.
1980년 브라기
아르나손이 중심이 된 연구진들은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위한 전기분해비용에 관한 오랜 연구를 끝냈다. 여기에는 수력뿐만 아니라 고온처리에
효율이 높은 지열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의 연구결과에는 수소를 수입하거나 전통적인 전기분해에 의한 생산보다도 훨씬 저렴한
생산방법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때마침 불어닥친 1980년대 석유가격 급락 때문에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1990년 초가 되자
수소는 어업용 선박연료와 유럽시장 수출용 연료로서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1993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아르나손 박사는 석유에서 수소로의 전환은
“아이슬란드에 유망한 대안이 될 것이며, 연료기술에 시금석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아이슬란드가 수소 이용에 있어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빨리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주장의 바탕에는 풍부한 수력과 지열에 대한 자신감, 화석연료가 생산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고려가 존재한다. 아르나손 박사의 주장은 또한 어업용 선박의 연료를 석유에서 수소로 바꾸는 데는 대규모 기반시설 전환이 필요치 않으며, 단지
소규모의 공장을 주요 항구에 만들고 액체수소를 사용할 수 있게 배를 개조하면 된다는 분석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처음에는 선박의
내연기관엔진 연료로서 액체수소가 사용되었다. 하지만 “곧 연료전지라는 혁명이 등장했다”고 아르나손 박사는 지적했다. 1990년 후반이 되면서
수소와 산소를 혼합하여 전기와 물을 만들어 내는 연료전지는 과거 20년 전과 비교할 때 극적인 비용감소를 실현할 수 있었다. 이 기술로 인해
기술자들은 연료전지를 실용적인 대체수단으로 보기 시작했고, 곧 내연기관뿐만 아니라 소형가전기기에서 발전소에 이르기까지 사용범위가 넓어지게 됐다.
벤쿠버와 시카고 등에서 연료전지로 움직이는 버스들과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수백 곳에서 활용범위가 확대되면서 각국 정부와 자동차 회사들의
관심을 끌게 됐다. 연료전지가 수소경제를 향한 ‘기술적 가능성’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이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또 다른 아이슬란드인, 존 보른 스쿨라슨이다. 벤쿠버에 있는 브리티쉬 콜롬비아 대학에 다니던 그는 도시 외곽에 본사를 두고 있는 연료전지 회사인
<발라드 파우어 시스템즈>와 관계하고 있었다. 귀국하자마자 스쿨라슨은 에너지정책의 대안과 수소의 장점을 정치가인 얄마 아르나손에게
강조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전문가위원회에 영입됐다. 위원회는 1998년 ‘30년 이내에 국가경제를 완전히 수소체제로 전환하자’는
안을 공식적으로 추천하기에 이른다. 그 때 이미 얄마 아르나손은 잰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정부의 수소전환정책을 내비쳤고, 1997년 가을 드디어 국무총리는 ‘아이슬란드가 수소경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천명했다. 이어 에너지·산업·무역·환경장관들과 여야가 함께 이 안에 서명했다. 아르나손은 이제 이익단체들과 산업 대표자들과의 협상에 정부 쪽의
전권을 가지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새로운 시작
얄마 아르나손의 기사가 『이코노미스트』에 게재된 후 그가 처음 접촉한
것은 독일의 <다임러 크라이슬 러>였다. 이 회사는 연료전지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발라드 발전회사에 포드와 공동으로 8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2002~2004년 사이에 버스와 승용차를 유럽시장에 출시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계획이 실현되면 아이슬란드는 냉한지 기후에서
연료전지를 실험하게 되는 유력한 시험장이 될 것이다.
두번째로 정부와 교두보를 구축중인 회사는 <로얄 더치 셸>이다.
이 거대 다국적 석유회사는 아마도 가장 진보한, 석유 이후 시대의 계획을 추진하는 회사일 것이다. 이 회사는 다가올 세기가 아이슬란드 같은
형태의 에너지 구조를 지향하게 될 것으로 가정하고 2050년까지 자사의 에너지 상품 가운데 재생가능한 에너지의 생산 비중을 50%로 잡고 있다.
셸은 1998년 정식으로 수소사업국을 만들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세계 수소에너지회의에 대표를 파견함으로써 동종업체들을 놀라게 했다.
세번째로 아이슬란드 정부와 협력하고 있는 기업은 노르웨이의 에너지 재벌인 <노스크 하이드로>이다. 이 회사는 오슬로에서
운행중인 수소전지버스 시험사업에 참여하면서 수소생산 기술면에서 상당한 성과를 얻게 되었다. 이제는 자체적으로 비료공장을 운영하는 한편
아이슬란드에서도 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비료공장에서 전기분해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회사들과의 협상은 1999년 <아이슬란드
수소연료전지사>(현재의 사명은 Icelandic new 등 energy)라는 결실을 맺었다. 이 회사의 소유주들은 셸, 다임러 클라이슬러,
노스크 하이드로 등인데, 이들과 사업을 함께 추진하게 될 파트너인 <비스토르카>(생태 에너지라는 의미)는 여러 종류의 조직과 기업이
참여해 만든 하나의 지주회사다. 비스트로카에는 신기업 벤처 펀드, 아이슬란드 대학, 국립 비료공장, 레이캬비크 지열발전소, 아이슬란드
기술연구소, 레이캬비크 도시발전소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레이캬비크 도시버스회사도 간접적으로 지주회사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사의 발족
취지는 ‘아이슬란드에서 화석연료를 수소를 대체하기 위한 잠재력을 탐구하고 나아가 세계 최초의 수소경제를 창조하는 것’이다.
버스에서 승용차로 그리고 배로
브라기 아르나손과 톨스타인 지그퍼슨은 수소로 전환하기 위한 점진적인 5단계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 우선 1단계로 8백만달러를 들여 레이캬비크에서 운행중인 버스 1백대에 시범적으로 연료전지를 장착하는 것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2002년까지 거리의 버스 셋 중 하나는 수소를 사용 하게 되는 것이다. 비료공장이 버스를 위한 급유시설로 이용될 것이며 압축수소가 가스로 되어
차량의 지붕에 실리게 될 것이다. 한 번 주유로 2백5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는 데 이는 레이캬비크 시내버스의 일일 주행거리 평균과 비슷하다.
따라서 연료를 분배하기 위한 복잡한 기반시설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음 단계로는 아이슬란드의 다른 모든 도시에서 운행되는 버스에
연료전지를 장착하는 것이다.
레이캬비크의 버스사업 비용은 5천만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 중 3천5백만달러를 유럽연합(EC)이
지원하고 있다. 제 3단계로는 개인 승용차에 연료전지를 도입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려면 더욱 복잡한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고압수소가스를
소형차량에 탑재하게 하고 아주 멀리 떨어진 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하게 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거의 실현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초의 소형연료전지 차량은 수소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어느 정도의 수소를 포함한 액체 메탄올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메탄올은 수소로 가는 중간단계로서 선호될 수 있는 연료체계다. 하지만 수소세계로 가기 위한 중간단계의 매체로서 메탄올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아이슬란드 뉴에너지의 회장인 스쿨라손에 따르면 셸 사에서는 메탄올의 사용으로 인한 독성물질의 생성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 한다. 또한 메탄올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가 형성되는데 이렇게 되면 완전한 수소체계와 비교할 때 환경적 혜택은 대폭 줄어든다.
스쿨라손은 이런 난제에 대해 “세계적인 기업들과 합동으로 꼭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이다”라고 강조한다.
아이슬란드는 두 개의 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만 한다. ‘순수한 수소를 생산하고 배급하여 차량에 저장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메탄올, 에탄올 또는 휘발유 등의 다른
연료를 원료로 하는 수소발생기를 차량에 탑재해 차량 자체에서 수소를 생산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현재의 주유소 설비를
이용하여 메탄올 등의 연료를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 탑재 수소발생기를 사용하는 ‘간접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세번째 대안으로는 수소공급 주유소에서 천연가스를 처리하는 것인데, 미국 같은 곳은 광범위하게 보급된 기존 천연가스 주유소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아이슬란드에서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수소를 차량에 저장하는 방식(직접방식)은 수소를 차량에 탑재한 수소발생기에서 메탄올 등
다른 연료에서 발생시키도록 하는 방식(간접방식)에 비해 선행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이 방식은 수소를 수송하고 주유소에서
처리하고 고압가스나 액체 상태로 차량에 저장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에는 막대한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임러 클라이슬러의 페르디난드
페닉에 의하면 미국 뉴욕, 매사추세츠, 캘리포니아의 주유소의 30%를 메탄올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데는 4억달러 정도가 소요될 뿐이지만 이에
반해 이들 주유소를 수소공급시설로 바꾸려면 14억달러가 들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사회적 혜택을
생각한다면 직접방식이 단연 우위에 있다. 메탄올을 처리하기 위한 장비를 추가해야 하는 문제점과 함께 수소를 바로 사용하는 직접방식이 수소의
이용효율상 훨씬 더 우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소발생기를 차마다 달게 되면 차량 한 대당 1천5백달러의 비용이 추가되고 구조는 복잡해진다.
예열시간이 필요하게 될 것이고 쉽지 않은 차량정비문제도 불거지게 된다. 따라서 수소차량 대수가 늘게 되면 신설 주유소의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게 된다. 이럴 경우 직접방식의 비용은 상대적으로 고려할 만한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기반시설과 차량이
제자리를 잡게만 되면 수소연료 이용의 효율성은 가속도가 붙게 된다. 환경이익을 논외로 하더라도 간접방식보다 비용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이미 재생가능한 에너지 활용도가 높은 아이슬란드에서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온실가스
방출량은 제로가 된다. 또한 전기분해를 이용하게 되면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메탄올에서 수소를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손쉬운
방식이 된다. 따라서 재생가능한 에너지가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되면 수소 기반시설은 실질적으로 최선의 대안으로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간접방식에 대한 옹호는 뿌리 깊으며 어떤 방식이 최선인가에 관한 갈등이 존재한다.
갈림길
장기적으로는
경제적·환경적으로 직접방식이 당연히 수익성이 높지만, 아이슬란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기업과 정부는 메탄올과 수소발생기를 사용하는 중간단계의
방식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 왔다. 자동차 회사들은 막대한 비용투자가 필요한 충전기반시설이 확충되기 전까지는 충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수소차량을 대량생산하는 데 상당한 저항감을 갖고 있다. 에너지 회사들 역시 시장의 검증과정을 거쳐 인기를 얻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직접방식의 연료체계를 가진 수소차량을 위한 송유관 설치와 주유소 건설에 회의적이다. 이는 소위 기술자들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딜레마로 부르는 기반시설의 문제이다. 하지만 잠재적인 공중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또 특별히 기후변화의 위험에서 탈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각국
정부가 수소체계의 장기적 이익에 주목하고 사기업에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이슬란드의 경우,
초기에는 수력발전소에서 전기분해를 통해 순수한 수소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석유를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무려 세배나 더 많이 들어갔다.
하지만 이제는 연료전지가 내연기관보다 세배나 더 효율적인 상태로 수송시장에 등장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이 섬나라에서는 수력으로 얻은
수소를 사용해서 수송과 어업을 운영하는 것이 석유에 의존하는 자동차와 디젤에 의존하는 배와 비교해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경제성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메탄올 재가공방식의 연료전지가 실용화되기에는 아직도 몇 년이 더 필요할 것이기에 과학자들은 앞으로의 몇년이
직접방식의 유용성을 판가름하는 중요한 시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역사적으로 열등한 기술이 더 나은 대안을 가로막고 시장을 장악한
사례가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다. 비디오 시장에서 VHS방식이 그보다 우수한 베타방식을 누르고 시장을 장악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만약에 메탄올을
사용하는 간접방식이 시장을 주도하고 직접방식을 밀어내게 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수소차량이 다시 제 위치를 잡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완전한 형태의 메탄올 하부구조가 자리잡고 있는 지역에서 메탄올이 더 이상 선호받는 연료가 되지 못할 경우 쓸모 없어지는
차량과 수백만 크로네(화폐단위)에 달하는 자산가치는 결코 간단히 무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다른 지역에서의 발전이
직접방식에 관한 또 다른 시사을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2003년까지 새 차의 10%가 ‘배출가스 없는’ 차일 것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현재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이라는 콘소시움이 50대에 달하는 연료전지 차량을 실험하고 있으며 아울러 직접방식의
수소충전소 두 곳을 건설할 계획으로 있다. 새크라멘토(캘리포니아 주도), 디어본, 미시간(포드자동차의 고향), 독일의 프랑크프루트 공항에 이미
수소충전소가 만들어져 있으며, 프랑크프루트의 경우는 아이슬란드에서 수소를 수입할 것을 고려중이다. 몇 차례에 걸친 인터뷰를 하면서 필자는
아이슬란드가 수소시대의 ‘쿠웨이트’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스쿨라손은 필자에게 콘소시움 내부에서 ‘지극히 개방적인
논의’가 진행중이며 자신들은 “혁신적 변화를 앞두고 조심스런 행보를 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 자신은 고압수소가스가 사용되는 것에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셸과 다임러 클라이슬러도 수소충전소가 수소발생기를 이용한 간접방식보다 잠재적으로는 더 경쟁력이 있으며, 직접방식의 사업화가 세계
경쟁에서 자신들이 우위에 설 수도 있는 길이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2000년 6월 워싱턴에서 있었던 회의석상에서 셸 수소 부문
최고책임자인 던 휴버트는 직접수소가 연료전지에는 최상의 방식이라고 단언하면서, 지열을 수소로 전환하는 것이 아이슬란드의 경제에 극적 전환을
가져오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임러 클라이슬러 대표 역시 메탄올 방식의 수소발생기가 상대적으로 고가이며 또한 크기가 커서
승용차의 뒷자리를 거의 다 차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 회사는 최근에 새 세대를 위한 시제품으로 액체와 압축수소를 사용하는 차량(이는
아이슬란드의 기본방침이기도 하다)을 내놓기도 했다.
아이슬란드의 수소 사회화를 주도하는 대표적 정치가인 얄마 아르나손은 “우리의
한 발은 아직 구시대에 있고 다른 한 발은 새 시대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이슬란드의 지정학적 위치를 생각할 때 적절한 은유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질문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 나라의 모험이 메탄올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남아 있어야 하는지 아니면 과감하게 직접적으로
수소를 사용하는 새 시대로 진입해야 하는지 결정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라기 아르나손 교수는 말한다. “단기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던 간에 결국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에서 추출되고 직접 수소를 사용해야 하는 바로 그 방식이 종착점이 될 것이다.” 그는 또 부연한다.
“점진적으로 이 일을 추진하게 되면 오히려 그에 따른 비용은 총량적으로 볼 때 만만치 않게 될 것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메탄올이
현재로서는 가장 경제적이다’는 전제가 변화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연료전지의 비용과 효율은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고 카본나노튜브,
수소금속전지 등 발전도상에 있는 에너지 저장기술이 수소전지의 차량 장착을 더욱 쉽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싼 전기분해비용은 기술 발전에 따라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수소를 얻을 수 있는 다른 원천 즉 태양열·바람·조력·태양광으로 직접 물을 분해하거나 광합성 해조류의 신진대사 등이
떠오르고 있다. 한편 기후변화에 관한 정책들과 또다시 널뛰기를 시작한 유류가격 등이 ‘전환’을 가속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되었을까?
의심할 나위 없이 아이슬란드의 실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정부가 시간표까지 제시해 가며 수소
경제로 전환하겠다고 천명한 것이었다. 브라기 아르나손 박사는 ‘강력한 공공기관의 분명한 태도 표명이 사기업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해 낼 수 있고
결과적으로 환경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재정적·기술적 제휴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필히 정치가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스쿨라손은 ‘레이캬비크 시민의 60%가 수소 사회로의 전환에 지지를 표명하고 있다’는 여론조사의 결과를 인용하면서 ‘과연 수소가
안전한가’라는 질문을 하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는 ‘연료전지 차량을 사라고 사람들을 설득하러 나서기 전에 수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새로운 교육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제안한다. <아이슬란드 자연보호협회>의 아르니 핀손은 ‘교토 딜레마’로 인해 아이슬란드의
“기후온난화와 관련된 정책이 더욱 진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왜냐하면 협약 이전의 아이슬란드는 신규 알루미늄 제련소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을 추가적으로 허용해 달라고 예외조항의 적용을 요구하고 있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딜레마가 말해주듯이 이런 미묘한 입장이
오히려 이 나라로 하여금 에너지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게 만들었고 수소체계를 향한 전략의 견인차가 되게 하였던 것이다.
‘왜
하필이면 아이슬란드인가’에 대한 해답은 이 나라의 영웅적 전설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전설은 ‘죽어서야 더 빛나게 되는 사람의 진실한
가치는 그의 모범적인 행동을 통해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다’고 전한다. 이제 새로운 전설의 첫 페이지를 열고 있는 65살의 브라기 아르나손이
바로 이런 영웅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이런 전환이 일어날 것인지 물어올 때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비록
우리가 이제 전환의 시작에 살고 있지만 당신은 그 끝을 꼭 보게 될 것입니다. 우리들의 아이들은 당연히 그런 새 세상에서 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