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은 느림이 아니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제자리걸음하는 것

나도 혹시 ‘바쁜 게으름뱅이’?… 자가진단 및 처방
  •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입력 : 2007.02.2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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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이 일찍 찾아와서일까? 따스한 바람결에 온몸이 나른하다. 여건만 된다면 마냥 게으름 피우며 빈둥대기 딱 좋은 요즘. 이를 예견한 듯 서점가엔 ‘굿바이! 게으름’ ‘게으른 남편’ ‘게으른 건강법’ 등 ‘게으름’을 다룬 책들이 인기다. 그렇다고 게으름이 봄(春)과 관련 있다는 뜻은 아니다. “춘곤증은 계절적 변화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 게으름의 원인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굿바이! 게으름’의 저자 문요한(정신과 전문의)씨는 “다만 병적으로 게으른 사람들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에 대해 ‘상대적 위축감’ ‘자책감’을 느껴 더더욱 게을러질 수 있다”고 충고했다.
  • ◆눈코뜰새없이 바쁜데 게으름뱅이라고?
    • 일단 자신이 게으른지 아닌지 진단해보는 게 중요하다. 6가지 ‘게으름뱅이들의 단골 레퍼토리’는 이렇다. ▲첫째, 게으름을 신중함으로 미화한다. “아직 확실치가 않아. 실패하면 큰일이니 좀 더 알아보고 다음에 해야지”라며 선택과 시작을 미룬다. ▲둘째, 눈앞의 즐거움에 집착한다. ‘오늘까지만 놀고 내일부터 잘 살자!’ 중독에 빠진 사람들의 흔한 변명. ▲셋째, 게으름을 효율성으로 미화한다. ‘닥치면 다 하게 돼 있어’ 하며 마감이 닥쳐야 일을 시작하는 사람들. ▲넷째, ‘게으름은 우리 집안 내력이야’ ‘회사 일이 워낙 바빠서…’ 하며 게으름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경우. ▲다섯째, 게으름을 철학으로 미화한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은 절대 안 해!’ ‘일에는 때가 있는 법’ ‘인생? 즐기면서 사는 거지’ 등등. ▲게으름을 여유로 위장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여유와 게으름은 다르다. ‘여유’란 할 일을 하면서 충분히 쉬는 ‘능동적 선택’이지만, ‘게으름’은 할 일도 안 하면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선택 회피’에 불과하다.
    • ◆자기 비난이 게으름의 원인…‘변화일기’ 쓰세요

      그럼 어떻게 해야 게으름에서 벗어날까? 문요한씨는 “우선 완벽주의에서 벗어나야 게으름도 떨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세부 준비에만 급급하다 시간을 다 허비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원인. 당장 시험공부를 시작해야 하는데 그 와중에 꼼꼼하게 책상 정리하고 색연필로 멋진 계획표를 짜는 게으름뱅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자기 비난도 떨쳐버려야 한다.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고 스스로를 비난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미루는 데 능하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하는 것도 게으름.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해 잠시 하던 일을 중단하자. 변화를 위해서는 ‘이행기’ ‘혼란기’가 필수다. ▲‘변화 일기’를 쓰는 것도 한 방법. 하루 5개씩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짧게 답한다. 삶에 질서를 부여해준다. “제 환자였던 50세 남성은 알코올 중독에 벗어나기 위해 매일 성경책을 필사했어요. 1시간을 쓰기도 하고 어떤 날엔 7~8시간씩 써내려 갔고요. 성경구절을 적든, 일기를 쓰든 자신의 마음을 가다듬고 에너지를 모으는 시간을 꼭 만들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