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의 배경은 하나의 역사라고 부를만큼 큰 스케일을 지니고 있다.
확장팩 출시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시점에서 와우 배경을 한번 살펴보는 건 적절하지 않은가!
(엄청난 스크롤의 압박이 ...)






-10000 - 고대의 전쟁 3부작: 영원의 샘(Richard A. Knaak)
  - 고대의 전쟁 3부작: 악마의 영혼(Richard A. Knaak)
  - 고대의 전쟁 3부작: 세계의 분리(Richard A. Knaak)
 0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
  - 최후의 수호자(Jeff Grubb)
 6 워크래프트 2: 어둠의 물결
        10 - 용의 시대(Richard A. Knaak)
        18 - 부족의 지배자(Christie Golden)
        19 - 피와 명예(Chris Metzen)
 20 워크래프트 3: 혼돈의 시대
 21 워크래프트 3: 얼음 왕좌
 2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가 시작된다....

 





우주가 정확히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 어떤 이들은 엄청난 대폭발로 인해 무한한 세계가 거대한 암흑 속으로 소용돌이치면서 놀라우면서도 끔찍할 만큼 다양한 생명체들을 잉태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전지전능한 하나의 존재에 의해 우주가 창조되었다고 믿는다. 혼돈스러운 우주의 기원은 불확실하지만 강력한 존재들이 나타나 여러 세계에 안정을 가져오고 자신들의 세계를 이어갈 존재들을 위해 안전한 미래를 설계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금속 피부를 가진 거대한 신들인 티탄이 먼 우주로부터 나타나 새로 태어난 세계를 탐험하고 그들이 만난 세계를 가꾸고 다듬기 시작했다 . 그들은 거대한 산맥을 일으키고 광활한 바다를 만들면서 세계의 모양을 만들어 갔다. 자신들의 숨결로는 하늘과 격동하는 대기를 창조했다. 이 모두가 혼돈에서 질서를 창조하려는 티탄들의 불가해하고 선견지명적인 계획에 포함되었다. 티탄은 또한 원시 종족이 열심히 일하고 그들의 세계를 완전한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최상위 집단인 판테온이 통치하던 티탄은 첫 번째 창조 시대에 끝없는 어둠 너머에 흩어져 있는 수억 개의 세계에 질서를 확립했다 . 자비로운 판테온은 자신들이 가꾼 세계를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뒤틀린 황천이라는 다른 차원에서 온 사악한 존재들의 공격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혼돈의 마력 에너지로 가득한 천상계인 황천은 우주의 무수한 세계와 연결되어 있으며, 생명을 파괴하고 살아 있는 우주의 에너지를 삼켜 버리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무수한 악의 존재들이 고향으로 삼고 살아가는 곳이다. 어떤 형태의 악도 용납할 수 없었던 티탄들은 악마들의 계속되는 위협을 종결시킬 방법을 찾고자 애를 썼다.


 

시간이 흐르면서 뒤틀린 황천의 악마적인 존재들이 티탄의 세계로 침입하기 시작했고 판테온은 최전 방어선의 역할을 할 최고의 전사로 살게라스를 선발했다. 고귀한 청동 거인 살게라스는 이 악마들을 찾아내 처단하며 수천 년 동안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살게라스는 물질계를 힘으로 지배하려는 강력한 두 악마 종족을 만나게 되었다.

사악한 흑마술사 종족인 에레다르는 흑마법을 이용해 수많은 세계를 침략해 노예로 삼았다. 침략당한 세계에 살던 종족들은 에레다르의 사악한 마력으로 인해 악마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무한에 가까운 살게라스의 힘은 사악한 에레다르를 물리치기에 충분했지만 이들의 타락과 모든 것을 소모시켜버리는 사악함은 살게라스를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그러한 타락을 이해할 수 없었던 이 숭고한 티탄은 깊은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점 커져 가는 불안에도 불구하고 살게라스는 흑마법사들을 뒤틀린 황천의 구석에 가두어버림으로써 우주에서 흑마법사들을 모두 소탕했다.

혼란과 불안이 깊어지는 동안 살게라스는 티탄의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나스레짐이라는 또 다른 무리와 싸워야 했다. (공포의 군주라고도 알려진) 흡혈 악마로 이루어진 이 암흑의 종족은 생명체를 사로잡아 어둠의 길로 이끄는 방법으로 그들이 거주하던 수많은 세계를 정복했다. 극악무도하고 교활한 공포의 군주는 세상의 모든 종족들에 맹목적인 증오와 불신을 심어 서로에게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살게라스는 손쉽게 나스레짐을 물리쳤지만 그들의 타락은 살게라스의 정신 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살게라스는 이성을 압도하는 의심과 절망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임무에 대한 모든 신념과 티탄이 추구하는 질서 있는 우주에 대한 믿음까지도 잃게 되었다. 결국 살게라스는 질서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며 혼돈과 타락이 이 어둡고 외로운 우주에서 절대적인 유일한 것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티탄 동료들은 살게라스의 잘못된 생각을 되돌리고 격심한 감정을 달래보려 했지만 살게라스는 그들의 낙관적인 믿음이 이기적인 착각일 뿐이라 생각했다. 그는 마침내 동료들의 대열에서 영원히 벗어나 이 우주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판테온은 살게라스가 떠나는 것을 슬퍼했지만 자신들의 곁을 떠난 형제가 얼마나 심각한 일을 저지르게 될 것인지는 예감하지 못했다.

한때 용맹스러웠던 영혼의 마지막 자취마저 살게라스의 광기로 인해 모두 사라졌을 때 살게라스는 창조의 실패가 티탄들 스스로의 잘못이라고 믿었다. 우주 전체에서 티탄들이 이루어온 일들을 모두 원상태로 되돌리기로 결정한 그는 천하무적의 군대를 편성해 물질계를 불태우기로 했다.

한때 숭고했던 가슴이 타락으로 찌들면서 살게라스가 지닌 티탄의 모습도 변형되기 시작했다. 눈과 머리카락, 수염에서는 불길이 치솟고 청동 피부는 갈라져 끝없이 타오르는 증오를 드러냈다. 분노로 가득찬 살게라스는 에레다르와 나스레짐이 갇혀 있던 감옥을 부수고 이 사악한 악마들을 풀어 주었다. 이 교활한 짐승들은 어둠의 티탄이 내뿜는 광폭한 분노 앞에 허리를 굽히고 그가 원하는 일이라면 어떠한 수단도 가리지 않고 해내겠다고 맹세했다. 살게라스는 강력한 에레다르의 용사 중 둘을 골라 파괴의 악마 군단을 이끌도록 했다. 그 중 하나인 책략가 킬제덴은 우주에서 가장 사악한 종족들을 찾아내 살게라스의 수하로 데려오는 일을 맡았고, 다른 하나인 파멸자 아키몬드는 살게라스의 강대한 군대를 이끌고 어둠의 티탄에게 거역하는 자들을 가차없이 처단하는 임무를 맡았다.

킬제덴이 한 첫 번째 일은 자신의 무시무시한 무력 아래 공포의 군주들을 굴복시키는 것이었다. 공포의 군주들은 우주 전체에서 살게라스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면서 노예로 삼을 원시 종족들을 찾아내 자신들의 종족으로 만드는 일에 큰 기쁨을 느꼈다. 그러한 공포의 군주 중 부패자 티콘드리우스가 으뜸이었다. 티콘드리우스는 완벽한 병사로 킬제덴을 섬기며 살게라스의 불타는 의지를 우주 구석구석에 퍼뜨리는 데 동의했다.

강대한 아키몬드 역시 자신의 대리인을 내세웠다. 아키몬드는 지옥의 군주들과 그들의 야만적인 우두머리인 파괴자 만노로스를 불러내 모든 피조물을 소탕할 정예 군단을 만들고자 했다.

살게라스는 군대가 편성되고 자신의 모든 명령에 복종할 준비가 된 것을 보고 그 포악한 군대를 끝없는 어둠으로 보냈다. 그는 점점 커져 가는 자신의 군단을 불타는 군단이라 불렀다. 이 사악한 불타는 전사들이 우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오늘날까지도 얼마나 많은 세계를 침략하고 불태워 버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피조물을 다시 무로 돌리려는 살게라스의 사명을 알지 못한 채, 티탄들은 계속해서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옮겨가며 자신들이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대로 세계를 꾸미고 질서를 세워 갔다. 후에 거주자들이 아제로스라고 부르게 되는 작은 세계에 도달하게 된 티탄들은 이 세계의 혼돈스럽고 원시적인 땅을 지나다가 몇몇 사나운 정령들을 만나게 되었다. 고대의 신들이라고만 알려진, 알 수 없는 악의 존재들을 섬기는 이 정령들은 티탄들을 몰아내고 이 침입자들의 철의 손길로부터 자신들의 세계를 지킬 것을 맹세했다.

악행을 취미로 삼는 고대의 신들을 염려한 판테온은 정령들과 그들의 사악한 지배자에 맞서 전쟁을 치렀다. 고대의 신들의 군대는 가장 뛰어난 정령 부관들이라고 할 수 있는 불의 군주 라그나로스, 돌의 어머니 테라제인, 바람의 군주 알아키르, 바다의 사냥꾼 넵튤론이 이끌었다. 이 혼돈의 군단은 아제로스를 휩쓸고 다니며 거대한 티탄과 충돌했다. 정령들은 평범한 생명체에 비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들의 군대의 힘을 모두 합쳐도 강대한 티탄을 저지할 수는 없었다. 정령의 지도자들은 하나씩 쓰러지고 결국 군대는 와해되어 버렸다.

판테온은 고대의 신들의 보루를 쳐부수고 다섯 명의 사악한 고대의 신들을 세계의 지하 깊은 곳에 속박해 두었다. 정령들은 자신들의 사나운 영혼을 물질계와 결속시켜주던 고대의 신들의 힘이 없어지자 이계로 추방되어 그곳에서 영원히 서로 싸우게 되었다. 정령들이 사라지자 자연은 고요해졌고 세계는 평화로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티탄은 위협적인 존재들이 제압된 것을 보고 일을 시작했다.

티탄은 세계를 가꾸는 일을 도울 종족을 창조했다. 땅 아래 끝없이 깊은 동굴을 파내기 위해 생명이 깃든 마법의 돌로 난쟁이처럼 생긴 토석인을 창조했고, 바다를 고르고 해양 바닥에서 땅을 들어올리기 위해 거대하지만 온순한 바다 거인을 창조했다. 오랜 세월 동안 티탄은 열심히 땅을 가꾸었고 마침내 하나의 완벽한 대륙만이 남게 되었다. 티탄은 이 대륙의 중심에 반짝이는 에너지가 깃든 호수를 만들어 영원의 샘이라 불렀고 이 세계의 생명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 호수의 강렬한 에너지는 세계의 뼈대에 영양분을 공급했으며 생명체를 창조해 이 세계의 비옥한 땅에 정착하도록 했다. 시간이 흘러 각종 식물과 나무, 괴물, 생명체들이 이 원시 대륙에서 번성하기 시작했고 일을 끝낸 마지막 날 해질 무렵, 티탄들은 이 대륙에 '영원한 별빛의 땅'이란 뜻의 칼림도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작은 세계에 질서가 찾아오고 자신들의 일이 끝이 났다는 사실에 만족한 티탄은 아제로스를 떠날 준비를 했다. 하지만 떠나기 전 새로 태어난 종족 중 가장 훌륭한 종족을 골라 이 완벽한 고요를 깨뜨리려는 세력으로부터 칼림도어를 보호하도록 했다. 이 시대에는 여러 용군단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다섯 용군단이 각자의 동족들을 지배하고 있었다. 티탄은 이 다섯 용군단에게 새로 태어나는 세계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기기로 했다. 판테온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는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를 용군단의 지도자에게 각각 나누어 주었다. 이 다섯 용 지도자는 5대 위상 또는 용의 위상이라 불리게 되었다.

판테온의 대부인 아만툴은 자신이 가진 무한한 힘의 일부를 거대한 청동용인 노즈도르무에게 주었다. 아만툴은 노즈도르무에게 시간 자체를 지배할 권한을 주어 끊임 없이 돌고 도는 운명의 길들을 지키도록 했다. 그리하여 냉철하면서도 위엄 있는 노즈도르무는 시간의 지배자로 알려지게 되었다.

모든 생명의 수호자인 티탄, 이오나는 자신이 가진 힘의 일부를 거대한 붉은용인 알렉스트라스자에게 주었다. 그 후 알렉스트라스자는 생명의 어머니로 불리며 아제로스 세계의 모든 생명체를 보호하는 데 힘썼다. 알렉스트라스자는 탁월한 지혜와 모든 생명체에 대한 끝없는 연민으로 용의 여왕이 되어 붉은용혈족을 다스리게 되었다.

이오나는 알렉스트라스자의 여동생인 녹색용 이세라에게도 자연의 신비한 힘을 주었다. 이세라는 창조의 꿈에 결속되어 영원한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꿈의 여왕이라 불린 이세라는 자신의 초록빛 왕국인 에메랄드의 꿈 속에서 세계의 자라나는 야생 생물들을 지켜보았다.

티탄의 현자이자 대마법사인 노르간논은 자신의 광대한 힘의 일부를 푸른용 말리고스에게 주었다. 그 때부터 말리고스는 마법과 숨겨진 비밀의 수호자인 마법의 지배자로 불리게 되었다.

조각가이자 대장장이인 티탄, 카즈고로스는 자신의 광활한 힘의 일부를 강대한 검은용 넬타리온에게 주었다. 후에 대지의 수호자로 불린 넓은 마음의 소유자, 넬타리온은 세계의 대지와 지하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다. 세계의 힘을 부여 받은 넬타리온은 알렉스트라스자의 가장 든든한 힘이 돼 주었다.

이렇게 힘을 부여 받은 5대 위상은 티탄이 없는 동안 세계를 보호하는 임무를 맡았다. 용들이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를 보호할 준비가 되자 티탄은 영원히 아제로스를 떠났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티탄이 공들여 가꾼 이 작은 신세계의 존재를 살게라스가 발견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오크족과 인간이 1차 대전쟁에서 충돌하기 1만년 전, 아제로스의 세계는 끝없이 거친 바다에 둘러싸인 하나의 거대한 대륙이었다. 칼림도어로 알려진 이 대륙은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고 있던 세계의 거친 자연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수많은 종족과 짐승의 고향이었다. 이 어두운 대륙의 중심부에는 눈부신 힘을 내뿜는 신비한 호수가 있었다. 훗날 영원의 샘이라고 불리게 되는 이 호수는 이 세계의 마법과 자연력의 태고의 근원이었다. 이 호수는 이 세계 너머에 있는 끝없는 어둠으로부터 빨아들인 힘을 전 세계로 보내 다양한 형태의 생명체에게 자양분을 공급하는 신비한 샘이었다.

시간이 지나, 인간의 모습을 한 야행성 원시 부족이 이 매혹적인 마법의 호숫가로 모여들었다. 샘의 신비로운 힘에 이끌려 모여든 야성적이고 방랑적인 성격의 이들은 잔잔한 호숫가에 터전을 잡고 집을 지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샘의 무한한 힘에 영향을 받은 이 종족은 강력한 힘과 지혜를 지닌 불멸의 종족으로 변해갔다. 이 종족은 스스로를 그들의 언어로 '별의 후예'란 뜻을 가진 칼도레이라 칭하였다. 그들은 싹을 틔우기 시작한 자신들의 사회를 기리며 호수 주위에 거대한 구조물과 사원을 세웠다.

후에 나이트 엘프라 불리게 되는 칼도레이는 달의 여신 엘룬을 숭배했고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엘룬이 샘의 바닥에서 잠을 잔다고 믿었다. 초창기의 나이트 엘프 사제들과 예언자들은 끝없는 호기심으로 샘의 비밀과 힘을 알아내고자 연구했다. 사회의 규모가 커지자 나이트 엘프들은 칼림도어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다른 동식물을 접하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나이트 엘프들이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강력한 힘을 지닌 고대의 용이었다. 거대한 뱀처럼 생긴 이 짐승들은 종종 모습을 감추고 나타나지 않기도 했지만 외부의 위협에 노출된 대륙을 보호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나이트 엘프들은 용들이 이 세계의 수호자라고 생각하고 용을 건드리거나 그들의 비밀을 캐내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이트 엘프들은 끝없는 호기심 덕분에 강한 힘을 지닌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 친분을 쌓게 되었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존재는 원시 삼림지의 위대한 반신 세나리우스였다. 마음이 넓은 세나리우스는 호기심이 강한 나이트 엘프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많은 시간을 들여 자연의 세계에 대해 가르쳐 주었다. 조용한 종족인 칼도레이는 칼림도어의 살아 있는 숲에 강한 유대 관계를 쌓아 나갔고 자연의 조화로운 균형을 즐기며 살았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트 엘프의 문명은 영토나 문화 면에서 점차 번창하였으며 사원과 도로, 주거지가 어두운 대륙의 양끝으로 뻗어나갔다. 나이트 엘프의 아름답고 위대한 여왕 아즈샤라는 샘 근처에 거대하고 호화로운 궁전을 짓고 자신이 믿는 신하들을 보석으로 장식된 방에 머물도록 했다. 쿠엘도레이 또는 귀족이라 불리던 이 신하들은 아즈샤라의 모든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하며 자신들이 다른 나이트 엘프보다 위대하다고 믿었다. 모든 나이트 엘프가 똑같이 아즈샤라 여왕을 사랑했지만 나머지 나이트 엘프들은 은밀하게 귀족들을 시기하고 미워했다.

아즈샤라 여왕도 사제들처럼 영원의 샘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느끼며 귀족에게 샘의 비밀을 캐내어 세계의 진정한 목적을 찾아내도록 지시했다. 귀족들은 쉬지 않고 샘에 대한 연구에 몰두했고 시간이 흘러 샘의 무한한 힘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귀족들은 실험을 계속하면서 이 새로운 힘으로 무엇이든 창조하고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부주의한 귀족들은 우연히 태고의 마법을 발견하고 이를 완전히 익히는 데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마법은 무책임하게 다룰 경우 본질적으로 위험한 것이라는 데 모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즈샤라와 귀족들은 마법을 마구 남용했다. 세나리우스와 많은 나이트 엘프 학자들은 한 순간 쉽게 변해버릴 수 있는 마법의 힘을 남용하면 큰 재난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아즈샤라와 귀족들은 경고를 무시한 채 점점 커져 가는 자신들의 힘을 더욱 확장해 나갔다.

마법의 힘이 커져 가면서 아즈샤라와 귀족에게는 뚜렷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도도하고 초연한 귀족 계급이었던 이들은 다른 나이트 엘프 동료에게 냉담하고 잔인하게 변해갔다. 아즈샤라의 매혹적이던 아름다움은 어둡고 스산한 그림자에 가리워졌다. 아즈샤라는 자신을 사랑하는 백성들에게 등을 돌리고 자신이 신뢰하는 귀족 사제들과만 어울리려고 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10,000년 전

귀족들이 무분별하게 마법을 사용하면서 영원의 샘에서 솟아나오는 힘은 끝없는 어둠 너머로 흘러 들어 갔다. 그런데 이 힘을 끔찍한 외계의 존재들이 느끼게 되었다. 모든 생명체의 적이자 만물의 파괴자인 살게라스는 이 힘을 느끼고 그 근원지를 찾아 먼 길을 나서게 되었다. 영원의 샘에서 나오는 무한한 힘을 느끼고 그 근원인 아제로스의 세계를 찾아나선 살게라스는 탐욕스러운 욕망에 휩싸였다. 표현할 수 없는 공허의 거대한 어둠의 신은 갓 태어난 이 세계를 파괴하고 그 힘을 차지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살게라스는 자신의 거대한 불타는 군단을 모아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아제로스의 세계로 진격했다. 일백만의 포악한 악마들로 구성된 불타는 군단은 먼 우주에서 나타나 모든 것을 정복하고자 했다. 살게라스의 심복인 파멸자 아키몬드와 파괴자 만노로스는 지옥의 병사들에게 공격 준비를 명령했다.

끔찍한 마법의 힘에 빠져 있던 아즈샤라 여왕은 부인할 수 없는 살게라스의 힘 앞에 굴복했고 아제로스로 들어올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귀족들까지도 피할 수 없는 마법의 타락에 굴복하여 살게라스를 자신들의 신으로 숭배하기 시작했다. 귀족들은 불타는 군단에 대한 충성을 보이기 위해 아즈샤라 여왕을 도와 영원의 샘 깊은 곳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는 거대한 문을 열었다.

준비를 모두 마친 살게라스는 아제로스를 무자비하게 침략하기 시작했다. 불타는 군단의 악마와 같은 전사들은 영원의 샘을 통해 아제로스로 들어와 잠들어 있던 나이트 엘프의 도시에 공격을 가했다. 아키몬드와 만노로스가 이끄는 불타는 군단은 칼림도어의 땅을 휩쓸고 다녔으며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잿더미와 슬픔만이 남게 되었다. 극악무도한 흑마법사들은 칼림도어의 우아한 사원에 마치 지옥의 운석이 떨어지듯 불타는 지옥불정령을 불러냈으며, 피를 뿌리며 다니는 불타는 살인마 집단인 파멸의수호병은 칼림도어의 평원을 지나면서 눈에 보이는 자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했다. 거칠고 흉포한 지옥사냥개 무리조차 도시 주변을 휘젓고 다니며 모든 것을 파괴했다. 칼도레이의 용감한 전사들이 유서 깊은 고향을 지키기 위해 돌격했지만 불타는 군단의 맹공격 앞에서 점차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위기에 처한 동족을 구해내는 것은 말퓨리온 스톰레이지의 손에 달려 있었다. 마법을 사용하는 귀족인 일리단의 친형, 말퓨리온은 귀족 계급의 부패가 심각해져 가는 데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일리단에게 위험한 집착을 버리도록 설득한 말퓨리온은 세나리우스를 찾아 저항 세력을 모으기 위해 길을 나섰다. 젊고 아름다운 여사제 티란데도 엘룬의 이름으로 두 형제와 동행하기로 했다. 말퓨리온과 일리단은 둘 다 이 이상주의적인 여사제를 비밀리에 사랑하게 되었지만 티란데의 마음은 말퓨리온에게만 가 있었다. 일리단은 형인 말퓨리온과 티란데의 사랑이 싹트는 것을 시기했지만 그 가슴앓이는 마법에 중독되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

한때 마법의 강력한 힘에 의존했던 일리단은 스스로를 통제하면서 다시 한번 샘의 힘을 사용하고픈 욕구를 억누르려고 안간힘을 썼다. 티란데의 끈기 있는 도움으로 샘의 힘에 대한 욕구를 극복할 수 있었던 일리단은 형을 도와 세상을 등지고 숨어버린 반신 세나리우스를 찾게 되었다. 머나먼 하이잘 산맥의 성스러운 달의 숲에서 살고 있었던 세나리우스는 말퓨리온과 일리단 , 티란데가 고대의 용을 찾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써주기로 했다. 그리하여 거대한 붉은용 알렉스트라스자가 이끄는 붉은용족은 강대한 용군단을 보내 나이트 엘프의 땅을 침략한 악마와 그 군주에 대항하기로 했다.

세나리우스는 마법의 숲에 사는 정령들을 불러내 고대 거목인 부대를 모으고 대담한 지상전을 펼치며 불타는 군단에 대항했다. 나이트 엘프의 동맹군이 아즈샤라의 사원과 영원의 샘에 다다를 무렵에는 전면전이 벌어졌다. 하지만 새로운 동맹군과 합세했음에도 불구하고 말퓨리온과 그의 동료들은 군대의 힘만으로는 불타는 군단을 무찌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아즈샤라의 수도에서 대접전이 벌어지는 동안, 살게라스의 힘에 현혹된 아즈샤라 여왕은 살게라스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불타는 군단의 군주는 영원의 샘을 지나서 이 파괴의 세계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살게라스의 그림자가 소용돌이 치는 샘의 표면에 가까워지자 아즈샤라는 귀족 추종자 중 가장 강한 자들을 모았다. 그들의 마법을 연결해 하나의 집중된 주문을 사용해야만 살게라스가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커다란 문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불타는 칼림도어 평원에서 전쟁이 한창일 때 상황을 뒤엎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전쟁의 자세한 내막은 시간이 흐르면서 잊혀졌지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대지의 위상인 넬타리온이 불타는 군단과 중대한 접전을 벌이다 이성을 잃었다고 한다. 넬타리온의 검은 가죽에서 화염과 분노가 뿜어져 나오면서 몸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 불타는 용은 자신의 이름을 데스윙이라 바꾸고 동족을 공격하며 다섯 용군단을 전장에서 몰아냈다.

데스윙의 갑작스러운 배반은 워낙 파괴적이어서 다섯 용군단은 결코 완전하게 회복되지 못했다. 상처입고 충격 받은 알렉스트라스자와 다른 숭고한 용들은 어쩔 수 없이 죽을 운명에 놓인 그들의 동족을 포기해야 했다. 용군단의 퇴각으로 수적인 열세에 놓인 말퓨리온과 그의 동료들은 계속되는 대학살에서 겨우 목숨만을 건질 수 있었다.

말퓨리온은 영원의 샘이 악마와 이 세계를 밀접하게 연결해주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영원의 샘을 파괴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동료들은 영원의 샘이 나이프 엘프의 불멸성과 힘의 근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말퓨리온의 무모한 주장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티란데는 말퓨리온의 주장이 현명하다고 판단하여 세나리우스와 동료들에게 아즈샤라의 사원에 쳐들어가 영원의 샘을 영원히 봉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한편 일리단은 영원의 샘을 파괴하면 다시는 마법의 힘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형과 동료를 저버리고 귀족들에게 말퓨리온의 계획을 폭로하기로 했다. 마법의 중독이 가져온 광기와 티란데와 사랑에 빠진 형에 대한 분노로 인해 일리단은 말퓨리온을 배반하고 아즈샤라와 그녀의 무리에 합류하는 데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일리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영원의 샘을 보호하리라 맹세했다.

말퓨리온은 동생이 떠난 것을 가슴 아파하며 동지들을 이끌고 아즈샤라 사원의 심장부로 쳐들어갔다. 주 알현실에 쳐들어갔을 때 귀족들은 마지막 암흑 주문을 외우는 중이었다. 그들의 맹렬한 주문은 샘의 거친 심연 속에 불안정한 마력의 소용돌이를 만들었다. 살게라스의 불길한 그림자가 표면으로 점점 가까워질 때 말퓨리온과 동료들은 무서운 기세로 공격을 가했다.

아즈샤라는 일리단의 경고를 받았었기에 충분한 대비를 해두었다. 미쳐버린 여왕의 거센 마력 앞에 말퓨리온의 동료들은 모두 쓰러졌고, 뒤에서 아즈샤라를 습격하려던 티란데는 방심한 나머지 여왕의 귀족 경비병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티란데는 경비병들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손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되었고 자신의 연인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한 말퓨리온은 살인적인 분노에 휩싸여 아즈샤라의 목숨을 반드시 끊어놓겠다고 다짐했다.

사원 안팎에서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영원의 샘 근처의 어둠 속에서 일리단이 나타났다. 일리단은 특수 제작한 여러 개의 물병을 꺼낸 후 무릎을 꿇고 앉아 영원의 샘물을 담았다. 악마들이 나이트 엘프의 문명을 말살시킬 것이라 믿었던 그는 이 성스러운 물을 훔쳐 그 힘을 자기만 가지려고 계획했던 것이다.

말퓨리온과 아즈샤라의 결투로 귀족이 애써 만든 마법은 혼돈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자 영원의 샘 심연에 있던 불안정한 소용돌이가 폭발했고 이 사건으로 이 세계를 영원히 갈라놓을 대변동의 화약고에 불이 붙었다. 이 거대한 폭발은 사원을 뿌리 채 뒤흔들며 고통 받은 땅에 엄청난 지진을 일으켰다. 폐허가 된 수도에서 불타는 군단과 나이트 엘프 동맹군과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 굽이치던 영원의 샘은 무너져 붕괴되고 말았다.

이 연쇄 폭발이 가져온 엄청난 재앙으로 땅은 갈라지고 하늘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영원의 샘 내부가 붕괴된 여파로 엄청난 지진이 일어나면서 바닷물이 밀려들어 갈라진 틈을 채우기 시작했다. 80%에 달하는 칼림도어의 땅덩어리는 폭발로 갈라졌고 그나마 남은 몇 개의 대륙은 거친 바다로 둘러싸이게 되었다. 한때 영원의 샘이 서 있던 이 새로운 바다의 중심에는 분노로 가득 찬 거친 폭풍과 혼돈의 힘이 깃들어 있었다. 혼돈의 소용돌이로 알려진 이 끔찍한 상처가 남아 있는 한 사나운 소용돌이는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 상처는 영원히 남아 끔찍했던 대참사와 이제는 영원히 사라져버린 이상의 시대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줄 것이다.

아즈샤라 여왕과 그녀를 따르는 귀족 엘프들은 우여곡절 끝에 이 대참사에서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하게 되었다. 아즈샤라와 그녀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해방시킨 마력의 힘으로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받으며 샘의 내파로 인해 거친 바다 밑으로 끌려들어갔다. 저주 받은 이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게 되었다. 바로 증오에 가득 찬 뱀 형상의 나가가 된 것이다. 증오와 분노로 부풀어 오른 아즈샤라는 거대한 괴물로 변해 그녀의 내부에서 잠들어 있던 사악함과 원한을 드러냈다.

나가는 혼돈의 소용돌이 밑바닥에서 나즈자타라는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고 힘을 다시 모았다. 그로부터 일만 년이 지나 나가는 물 위의 세계에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게 된다.




끔찍한 폭발 속에서 살아남은 나이트 엘프들은 함께 뗏목을 타고 눈에 보이는 유일한 땅덩어리로 천천히 나아갔다. 말퓨리온과 티란데, 세나리우스는 엘룬의 은총으로 대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지칠 대로 지친 영웅들은 살아남은 동료들을 이끌고 새로운 터전을 일구기로 했다. 침묵 속에서 여행을 하면서 그들은 폐허가 된 세상을 보게 되었고 이 모든 파괴가 자신들의 욕망에서 나온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비록 영원의 샘이 파괴되면서 살게라스와 그의 불타는 군단이 이 세계에서 사라졌지만 말퓨리온과 그의 동료들은 승리의 끔찍한 대가를 마음 속 깊이 새겼다.

많은 귀족들도 이 대재앙에서 무사히 살아 남았다. 그들은 다른 나이트 엘프들과 함께 바다를 건너 새로운 땅으로 갔다. 귀족들의 마음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영원의 샘의 마력 없이는 큰 재난을 일으키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말퓨리온은 안심하였다.

지친 몸을 이끌고 새 대륙의 해안에 다다른 나이트 엘프들은 성스러운 하이잘 산이 대참사의 여파 속에 무사한 것을 알게 되었다.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던 말퓨리온과 나이트 엘프들은 하이잘 산에 올라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에 이르렀다. 그들은 거대한 산봉우리 사이에 자리잡은 나지막한 숲 지대로 내려가다가 작고 고요한 호수를 발견했다. 그들이 두려워했던 대로 호수의 물은 마법으로 오염되어 있었다.

한편, 일리단도 대재앙에서 살아 남아 말퓨리온과 나이트 엘프들이 도착하기 훨씬 전에 하이잘 산의 정상에 다다랐다. 일리단은 이 세상에 마법의 힘을 계속 유지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물병에 담아온 영원의 샘의 고귀한 물을 산의 호수에 부었다. 그러자 영원의 샘이 지녔던 강렬한 힘이 빠르게 타오르며 새로운 영원의 샘이 생겨났다. 새로운 영원의 샘이 미래의 자손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이라 믿고 기쁨에 차 있던 일리단은 자신을 찾아온 말퓨리온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말퓨리온은 마법에는 혼돈의 힘이 깃들어 있어 마법을 사용하면 타락과 갈등을 불러오게 된다고 설명했으나 일리단은 자신의 마력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일리단의 무모한 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잘 알고 있었던 말퓨리온은 결국 마법의 노예가 된 동생에게 무슨 수를 써야겠다고 결정했다. 말퓨리온은 세나리우스의 도움을 받아 일리단을 거대한 지하 감옥에 봉인해 세계가 끝날 때까지 힘을 쓰지 못하도록 가두어 버렸다. 마이에브 섀도우송을 개인 교도관으로 선발해 동생을 철저히 감시하도록 했다.

나이트 엘프들은 새로운 영원의 샘을 파괴하면 더 큰 참사가 일어날지 모른다고 우려해 샘을 그대로 두기로 했다. 대신 말퓨리온은 다시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나이트 엘프들은 세나리우스의 보살핌 아래 폐허가 된 땅을 치유하고 하이잘 산 기슭에 사랑하는 숲을 다시 키우기 위해 고대 드루이드의 지식을 배우기 시작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9,000년 전

오랜 세월 동안 나이트 엘프들은 과거의 고향을 재건하기 위해 쉬지 않고 일했다. 부서진 사원과 도로에는 풀이 덮이도록 두고 하이잘 산 기슭의 울창한 숲과 그림자가 드리워진 언덕 한가운데 새로운 터전을 마련했다. 시간이 지나자 대재앙에서 살아남은 용들도 은둔지에서 나와 모습을 드러냈다.

붉은용 알렉스트라스자와 녹색용 이세라, 청동용 노즈도르무는 드루이드의 고요한 숲으로 내려와 나이트 엘프들의 노력이 맺은 결실을 살펴보았다. 강력한 힘을 지닌 대드루이드가 된 말퓨리온은 강대한 용들을 맞이하며 새로운 영원의 샘이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영원의 샘에 대한 얘기를 듣고 놀란 용들은 영원의 샘이 존재하는 한 불타는 군단이 언젠가 다시 쳐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말퓨리온과 세 용은 영원의 샘을 보호하고 불타는 군단이 다시는 이 세계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힘을 모으자고 약속했다.

생명의 어머니 알렉스트라스자는 영원의 샘 심장부에 마법 도토리 하나를 넣어두었다. 강력한 마법의 물을 흡수한 이 도토리는 거대한 나무로 자라났다. 뿌리는 샘의 물을 먹고 자라났으며 울창한 가지들은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이 거대한 나무는 나이트 엘프와 자연의 결속을 나타내는 영원한 상징물로, 생명을 불어넣는 나무의 힘은 곳곳으로 뻗어나가 점차 세계를 치유하게 될 것이었다. 나이트 엘프들은 이 세계수의 이름을 그들의 언어로 "천상의 왕관"이라는 뜻인 놀드랏실로 정했다.

시간의 지배자 노즈도르무는 세계수에 마법을 걸어 이 거목이 서 있는 한 나이트 엘프들은 절대 나이가 들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했다.

꿈의 여왕 이세라 역시 세계수에 마법을 걸어 에메랄드의 꿈이라고 알려진 천상의 세계와 세계수를 연결했다. 광활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정신의 세계인 에메랄드의 꿈은 물질계의 경계 밖에 존재했다. 에메랄드의 꿈에서 이세라는 자연의 흥망과 세계의 진화 자체를 통제할 수 있었다. 말퓨리온 자신을 포함한 나이트 엘프 드루이드는 세계수를 통해 에메랄드의 꿈에 결속되었다. 드루이드는 신비로운 약속의 일부로서 한번에 몇 백 년 동안 잠을 자면서 자신들의 영혼이 이세라의 끝 없는 꿈의 길을 거닐도록 하는 데 동의했다. 드루이드는 그들의 삶에 있어 그렇게 많은 시간을 잠으로 잃는 것에 슬퍼하면서도 헌신적으로 이세라와의 약속에 동의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7,300년 전

수 세기가 지나면서 나이트 엘프의 새로운 사회는 점점 강해서 그들이 잿빛 골짜기라고 부르게 된 숲 전체로 확대되었다. 펄볼그나 가시멧돼지처럼 대재앙 이전에 많았던 생물과 종족이 다시 나타나 번성하기 시작했고 드루이드의 인자한 통치 아래 나이트 엘프는 별빛 아래서 전례 없는 평화와 고요를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원래 귀족이었던 생존자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일리단과 마찬가지로 아끼던 마법을 잃어 고통스러워 하던 터라 영원의 샘의 힘을 끌어내 마법을 사용하는 기쁨을 맛보고 싶어했다. 성급하고 솔직했던 귀족 지도자 다트리마는 마법의 주인은 원래 자신들이었다고 주장했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드루이드에게 불만을 품어 그들을 겁장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말퓨리온과 드루이드들은 다트리마의 비난을 넘겨 듣고 귀족들에게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사형에 처할 것이라 경고했다. 하지만 다트리마와 그의 추종자들은 드루이드에게 법을 폐지할 것을 납득시키려는 거만하고도 불행한 의도로 잿빛 골짜기에 끔찍한 마법 폭풍을 일으켰다.

그 많은 동족을 모두 사형에 처할 수 없었던 드루이드들은 이 무모한 귀족들을 자신들의 땅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다트리마와 그의 추종자들은 마침내 보수적인 동족들과 떨어지게 된 것을 기뻐하며 특별히 제작한 배에 올라 항해를 시작했다. 격돌하는 혼돈의 소용돌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그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마법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자신들만의 터전을 만들기를 간절히 바랬다. 과거에 아즈샤라가 "쿠엘도레이"라 이름을 지어주었던 이 귀족들은 마침내 인간이 로데론이라고 부르게 될 동쪽 땅의 해안에 다다랐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마법 왕국인 쿠엘탈라스를 세우기로 하고 달을 숭배하고 밤에만 활동하는 나이트 엘프의 규율을 저버렸다. 그 후 이들은 태양을 받아들이고 "하이 엘프"라고만 불리게 되었다.




고집불통의 동족들이 떠난 후 나이트 엘프들은 다시 고향을 지키는 데 주력했다. 동면의 시기가 가까워진 것을 느낀 드루이드들은 사랑하는 이와 가족을 남겨두고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엘룬의 대여사제가 된 티란데는 연인인 말퓨리온에게 자기를 두고 이세라의 에메랄드의 꿈 속으로 떠나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변화하는 꿈의 길에 들어서기로 서약했던 말퓨리온은 티란데에게 작별을 고하면서 자신들의 사랑이 진실하다면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맹세했다.

새로운 세계의 위협으로부터 칼림도어를 홀로 지키게 된 티란데는 나이트 엘프 자매들을 모아 강력한 부대를 결성했다. 칼림도어 방어를 맹세한 고도로 훈련 받은 이 강력한 여전사들은 파수꾼이라 불리게 되었다. 파수꾼들은 홀로 잿빛 골짜기의 그늘진 숲을 정찰하는 것을 좋아했지만 위급한 시기에 부를 수 있는 동맹자들도 많이 있었다.

반신 세나리우스는 근처 하이잘 산의 달의 숲에 남았고 숲의 수호자라 알려진 세나리우스의 아들들은 나이트 엘프들을 지켜보면서 정기적으로 파수꾼을 도와 평화를 지켰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세나리우스의 딸인 드리아드들도 더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티란데는 잿빛 골짜기의 평화를 지키는 일에 바빴지만 말퓨리온과 함께하지 못해 기쁘지 않았다. 드루이드들이 잠든 동안 수세기가 흘렀고 악마들의 2차 공격에 대한 그녀의 두려움은 점점 커져 갔다. 티란데는 불타는 군단이 아직도 끝없는 어둠 너머에서 나이트 엘프와 아제로스의 세계에 대한 복수를 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6,800년 전

다트리마가 이끄는 하이 엘프는 칼림도어를 뒤로 하고 혼돈의 소용돌이에서 몰아치는 폭풍에 맞서 앞으로 나아갔다. 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세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그들이 머문 곳마다 신비로운 유적들과 잃어버린 왕국을 보았다. 선스트라이더('대낮에 활보하는 자')로 이름을 바꾼 다트리마는 자신의 동족을 위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고자 목초가 무성한 곳을 찾아 다녔다.

다트리마와 그의 동족은 마침내 훗날 인간이 로데론이라고 부른 왕국의 해안에 이르렀다. 내륙으로 들어간 하이 엘프들은 고요한 티리스팔 숲에 새로운 정착지를 건설했다. 하지만 몇 년 후 많은 하이 엘프들이 미쳐가기 시작했다. 그 지역의 지하에 사악한 무엇인가 잠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그 소문이 사실인지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결국 하이 엘프들은 야영지를 철수하고 초목이 무성한 북쪽 땅으로 옮겨갔다.

로데론의 바위투성이 산악 지대를 넘어가면서 하이 엘프들의 여행은 더욱 위험해졌다. 하이 엘프들은 영원의 샘에서 흘러나오는 생명 에너지와 사실상 단절되었기 때문에 상당수가 추운 날씨로 병에 걸리거나 굶어 죽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혼란스러운 변화는 그들이 더 이상 불로불사하거나 자연에 대한 면역력을 갖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이 엘프들은 키도 약간씩 줄고 그들만이 지녔던 보랏빛 피부도 점점 빛을 잃어갔다. 이 많은 고난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칼림도어에서 볼 수 없었던 수많은 희귀 생물과 접하게 되었고 이 고대의 숲 전역에서 사냥을 하는 원시 인간 부족들도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만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탐욕스럽고 교활한 줄아만의 숲 트롤이었다.

피부가 이끼로 덮인 이 트롤들은 잘려나간 사지를 다시 자라게 하고 심각한 신체의 부상을 치유하는 능력을 지녔으나 야만적이고 사악한 종족이었다. 아마니 제국은 로데론 북부의 대부분을 차지했고 트롤들은 외부인이 자신들의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엘프들은 포악한 트롤에게 깊은 혐오감을 느끼게 되어 트롤이 눈에 띌 때마다 처치해 버렸다.

여러 해가 흘러 하이 엘프들은 마침내 칼림도어를 연상시키는 땅을 찾게 되었다. 이들은 로데론 북부의 깊숙한 숲에 쿠엘탈라스 왕국을 세우고 이를 칼도레이 동족의 제국보다 훨씬 강력한 제국으로 만들 것을 맹세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엘프들은 트롤이 아직도 성지로 여기고 있는 고대 트롤 도시 위에 쿠엘탈라스를 세운 것을 알게 되었고 곧 트롤들은 엘프의 정착지를 집단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엘프들은 새로운 터전을 포기하지 않은 채 완강하게 버티며 영원의 샘에서 조금씩 모아두었던 마법을 사용해 야만적인 트롤들이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다트리마의 지휘 아래 엘프들은 10대 1의 수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아마니 전투부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칼도레이의 오랜 경고를 기억하는 일부 엘프들은 마법의 사용이 추방 당한 불타는 군단의 주목을 끌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땅에 보호 장벽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쿠엘탈라스를 둘러싼 다양한 위치에 마법 장벽의 경계를 표시하는 일련의 거대하고 튼튼한 마법석을 세웠다. 이 마법석은 엘프의 마법이 외부의 위협에 노출되지 않도록 숨겨주었을 뿐 아니라 미신을 믿는 트롤 전투부대에게 겁을 주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도 했다.

시간이 흘러 하이 엘프의 노력과 탁월한 마법 능력 덕분에 쿠엘탈라스는 완성된 제국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그들의 아름다운 성은 칼림도어의 고대 전당과 동일한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주변의 자연 환경과 훨씬 잘 어우러졌다. 쿠엘탈라스는 엘프들이 그토록 만들고 싶어했던 화려한 보배가 된 것이다. 쿠엘탈라스의 지배층으로 실버문 의회가 구성되었지만, 정치력의 상당 부분은 선스트라이더 왕조가 쥐고 있었다. 일곱 명의 최고위급 하이 엘프 군주로 구성된 이 의회는 엘프의 영토와 동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일했다. 보호 장벽에 둘러싸인 하이 엘프들은 칼도레이의 오랜 경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거의 모든 생활 속에서 마법을 마음껏 사용했다.

하이 엘프들은 완전히 격리된 안전한 왕국 안에서 거의 4천년을 평화롭게 지냈다. 하지만 앙심을 품은 트롤들은 그리 쉽게 좌절하지 않았다. 그들은 깊은 숲 속에서 음모를 꾸미고 전투부대의 수가 늘어나길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강력한 트롤 군대가 어둠의 숲으로부터 돌격해 와 쿠엘탈라스의 빛나는 첨탑에 다시금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2,800년 전

하이 엘프가 그칠 줄 모르는 트롤의 맹공격에 살아남기 위해 싸우고 있을 때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로데론의 인간 유목민 부족들도 자기들만의 영토를 얻기 위해 싸우고 있었다. 초기 인간 부족들은 종족 단결이나 명예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의 거주지를 공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라시라는 이름의 한 인간 부족은 트롤의 세력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모든 부족을 자신의 지배 아래 하나로 모아 트롤 전투부대에 대비해 통일된 전선을 확보하고자 했다.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약삭빠른 아라시 부족은 경쟁 부족을 제압하게 되었고 매번 승리할 때마다 정복당한 부족에게 평화와 평등을 보장해 주고 그들의 충성을 받게 되었다. 마침내 아라시 부족은 수많은 다른 부족민을 받아들이면서 성장해갔고 군대의 규모도 거대해졌다. 트롤 전투부대는 물론이고 필요한 경우 은둔해 있는 엘프와도 싸워 이길 자신이 있었던 아라시 족장들은 로데론의 남부 지역에 강력한 요새 도시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스트롬이라는 이름의 이 도시국가는 아라시인들의 국가, 아라소르의 수도가 되었다. 아라소르가 번성하자 대륙 각지에서 인간들이 스트롬의 보호와 안전을 찾아 남쪽으로 몰려들었다.

한 깃발 아래 단결된 인간 부족은 강하면서도 낙관적인 문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아라소르의 소라딘 왕은 잘 알려지지 않은 북방의 엘프들이 끊임 없이 트롤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은둔해 사는 외부인을 보호하기 위해 자기 백성의 안전을 걸 생각은 없었다. 그로부터 여러 달이 지나 엘프들이 패배한 것 같다는 소문이 북쪽에서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쿠엘탈라스로부터 녹초가 된 사절단이 스트롬에 도착하고 나서야 소라딘은 트롤의 위협이 얼마나 큰 지 실감하게 되었다.

엘프들은 소라딘에게 트롤 군대의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과 트롤이 쿠엘탈라스를 파괴한 후에는 남부 지역까지 공격해 올 것이라는 정보를 알려주었다. 엘프들은 군사적 원조가 절박했던 탓에 급히 트롤 전투부대와의 싸움을 도와주는 대가로 선별된 특정 인간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로 했다. 소라딘은 마법의 힘은 믿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엘프들을 도와주는 데 동의했다. 그 직후 엘프 마술사들이 아라소르에 도착해 일부 인간들에게 마법의 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엘프는 인간이 선천적으로 마법을 다루는 데 서툴기는 하지만 마법에 대한 친화력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았다. 백 명의 인간들은 가장 기본적인 엘프 마법만 익혔다. 트롤과의 전투에 그 이상은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법을 배운 인간들이 전투를 지원할 준비가 되었다고 판단한 엘프들은 스트롬을 떠나 소라딘 왕의 강력한 군대를 따라 북으로 향했다.

엘프와 인간이 합세한 군대는 알터랙 산맥 아래에서 엄청난 수의 트롤 전투부대와 맞닥뜨렸다. 여러 날 동안 전투가 계속되었지만 지칠 줄 모르는 아라소르의 군대는 트롤의 맹공격 앞에서도 지치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엘프의 군주들은 마침내 적에게 마법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여겼다. 이에 백 명의 인간 마법사와 수많은 엘프 마술사들은 천상의 분노를 불러내려 트롤 군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자연의 힘으로 발생한 이 불은 저절로 상처를 치유하는 트롤의 능력을 없애고 불길에 휩싸여 고통 받는 트롤의 몸을 완전히 불태워버렸다.

소라딘의 군대는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트롤을 끝까지 쫓아가 하나도 남김없이 처치해버렸다. 트롤은 이 패배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했으며 역사상 하나의 단일 국가로 일어서는 일도 더 이상 없었다. 쿠엘탈라스를 파멸로부터 구했다고 확신한 엘프는 아라소르 국가와 소라딘 왕의 혈통에 충성과 우정을 맹세했다. 그 이후 오랫동안 인간과 엘프는 평화로운 관계를 키워나갔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2,700년 전

북쪽 대륙에서 트롤이 사라지자 쿠엘탈라스의 엘프들은 자신들의 영광스러운 고향을 재건하는 데 주력했다. 승리를 거둔 아라소르 군대는 고향 땅 스트롬으로 돌아갔다. 아라소르의 인간 사회는 점점 번창해갔지만 지나친 확장은 왕국의 분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염려한 소라딘은 스트롬을 아라소르 제국의 중심으로 유지해갔다. 오랜 세월 평화롭게 계속되어 온 성장과 교류의 시간이 지나고 위대한 소라딘이 나이가 들어 세상을 떠나자 아라소르의 젊은 세대는 스트롬의 영토 너머로 아라소르 제국을 확장할 수 있게 되었다.

엘프에게서 마법의 도를 배운 최초의 인간 마법사 백 명은 자신들의 힘을 키워나가면서 마법 사용의 신비로운 비법에 대해 더욱 세부적으로 연구했다. 이 마법사들은 강한 의지력과 숭고한 정신을 인정받아 선택되었기 때문에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마법을 사용해 왔으나 이들의 마력과 비법을 전수받은 새로운 세대는 전쟁의 혹독함이나 자제력의 필요성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 젊은 마법사들은 동족을 위한 책임보다는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라소르 제국이 성장하고 새로운 땅으로 세력을 확장하면서 이 젊은 마법사들도 남쪽으로 퍼져나갔다. 마법사들은 신비로운 힘을 휘두르며 야생의 위험한 동식물로부터 동족을 보호하고 황무지에서 새로운 도시국가를 건설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마법사들은 힘이 점점 커지자 더욱 자만하며 사회에서 고립되어 갔다.

스트롬의 북쪽 지방에는 아라소르의 두 번째 도시국가인 달라란이 세워졌다. 많은 신출내기 마법사들은 답답한 스트롬을 벗어나 달라란으로 가서 자신들의 새로운 힘을 더 자유롭게 사용하길 원했다. 이 마법사들은 자신들의 기술로 달라란의 첨탑들을 쌓아 올리며 마법을 연구하는 데 빠져 지냈다. 달라란의 주민들은 이 마법사들의 행동을 너그러이 봐주며 마법을 사용하는 수호자들의 보호 아래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마법사들이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서 달라란 주변의 현실 구조가 힘을 잃고 붕괴되기 시작했다.

영원의 샘이 무너지면서 추방되었던 불타는 군단의 사악한 첩자들은 달라란 마법사들의 무분별한 마법 사용으로 인해 다시 이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비교적 약한 이 악마들은 아직까지 대규모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달라란의 거리에 상당한 혼란과 혼돈을 불러왔다. 악마와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건은 산발적으로 발생했고 마법 지배층은 이러한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도록 안간힘을 썼다. 가장 강한 마법사들을 보내 교묘히 피해 다니는 악마들을 잡아들이려 했지만 그들의 힘은 불타는 군단의 첩자 하나와도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몇 달 후 미신을 믿는 농민층은 이 마법 지도자들이 무엇인가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고 과대 망상에 걸린 시민들은 한때 존경했던 마법사들의 동기와 음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달라란의 거리에는 혁명의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농민의 혁명과 스트롬의 처벌을 두려워한 마법지배층은 자신들의 문제를 이해해줄 유일한 자들을 찾아갔으니 그것은 바로 엘프족이었다.

마법지배층으로부터 달라란에서 악마들이 활동한다는 것을 알게 된 엘프족은 즉시 가장 강력한 마법사들을 인간의 땅으로 보냈다. 이 엘프 마법사들은 달라란의 에너지 흐름을 조사하며 자신들이 목격한 모든 악마의 활동에 대해 상세히 보고했다. 엘프족은 비록 아직까지는 이 세계에 들어온 악마의 수가 소수에 불과하나 인간들이 계속해서 마력을 사용한다면 불타는 군단의 위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쿠엘탈라스의 엘프들을 지배하는 실버문 의회는 달라란의 마법지배층 지도자들과 비밀 조약을 맺었다. 엘프들은 마법지배층에 고대 칼림도어의 역사와 아직도 이 세계를 위협하는 불타는 군단에 대해 들려주며 마법을 계속 사용하는 한 불타는 군단의 잔악한 첩자들로부터 시민들을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마법지배층은 불타는 군단과의 끝없는 비밀 전쟁에 맞서기 위해 자신들의 마력을 한 몸에 받아 사용할 인간 투사 한 명을 선발할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공포심이나 망상증으로 인해 폭동을 일으키는 일이 없도록 수호자나 불타는 군단의 위협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인간들에게 비밀로 할 것을 강조했다.

엘프족은 이 제안에 동의하여 수호자의 선발을 관리하고 이 세계에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비밀 단체를 창단했다.

이 단체는 하이 엘프들이 처음 정착했던 로데론의 그늘진 티리스팔 숲에서 비밀 모임을 가졌다. 이리하여 이 비밀 단체에는 티리스팔의 수호자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수호자가 되기 위해 선발된 투사들은 엘프의 마법과 인간의 마법을 모두 받아 엄청난 힘을 지니게 되었다. 수호자는 한 번에 한 명만 선발되었으나 그 힘이 워낙 막강해 불타는 군단의 첩자가 발견될 때마다 이들을 손쉽게 물리쳤다. 수호자의 힘은 너무나 강력했기 때문에 오직 티리스팔 의회만이 수호자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선발할 권한이 있었다. 수호자가 너무 늙거나 혼돈과의 비밀 전쟁에서 지칠 때마다 티리스팔 의회는 새로운 투사를 선발해 통제된 환경에서 정식으로 수호자의 힘을 부여해주었다.

오랜 세월 동안 수호자는 아라소르와 쿠엘탈라스의 전역에서 불타는 군단의 보이지 않는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했다. 제국 곳곳에서 마법이 폭넓게 사용되면서 아라소르는 성장하고 번성해 갔다. 그러는 동안 수호자는 악마의 활동을 신중히 살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2,500년 전

아주 오래 전 티탄이 아제로스를 떠난 후 토석인이라 알려진 티탄의 자손들이 계속해서 세계를 보호하며 구석구석을 일구어 나갔다. 토석인은 지상에 사는 종족들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어두운 땅 속 깊은 곳으로만 파고들었다.

세계가 영원의 샘의 내파로 인해 갈라지면서 토석인은 깊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토석인은 대지 자체의 고통과 함께 휘청거리다 정체성의 대부분을 상실하고 자신들이 처음 창조되었던 석실에 스스로를 봉인해버렸다. 울다만, 울둠, 울두아, 이는 토석인이 처음으로 태어난 고대 티탄 도시의 이름들이다. 토석인은 땅 속 깊은 곳에 묻힌 채 거의 8천년간을 평화롭게 쉬고 있었다.

토석인을 깨운 것이 무엇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울다만에 봉인되었던 토석인은 마침내 스스로의 봉인을 풀고 긴 잠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토석인들은 기나긴 잠에 빠져 있는 동안 자신들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돌처럼 딱딱했던 피부는 부드러워졌고 돌과 흙을 다루던 힘도 많이 약해졌다. 그들은 평범한 생명체로 변한 것이었다.

스스로를 드워프라 칭한 마지막 토석인들은 울다만의 전당을 떠나 이제 막 깨어나고 있는 위험한 세계로 나아갔다. 여전히 땅 속 세계의 안전과 경이로움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는 드워프들은 높디 높은 산 아래 거대한 왕국을 세우고 그들의 조상이자 티탄 창조주인 카즈고로스의 이름을 따 이 땅을 '카즈의 산'이라는 뜻의 카즈 모단이라 불렀다. 티탄 아버지를 위해 제단을 세운 드워프들은 산의 중심에 거대한 용광로를 지었다. 이리하여 이 용광로를 중심으로 생겨난 도시가 후에 아이언포지라 불리게 된다.

선천적으로 보석과 돌을 다듬는 일을 좋아하는 드워프들은 주변의 산을 돌아다니며 보석과 광석을 캤다. 이들은 땅 속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며 땅 위에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일에는 무관심한 채로 지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1,200년 전

스트롬은 계속해서 아라소르의 중심지로 남아 있었지만 달라란처럼 로데론 대륙의 각지에서 많은 도시국가들이 생겨났다. 새로 생긴 첫 도시국가들로는 길니아스, 알터랙, 그리고 쿨 티라스가 있었다. 이 도시들은 각각 고유한 관습과 상업 정책에 따라 운영되었지만 스트롬의 통일된 권한에 속해 있었다.

달라란은 티리스팔 의회의 철저한 감독 하에 세계 각지에서 온 마법사들의 배움의 장으로 자리잡았다. 달라란을 지배하는 마법지배층은 키린 토라는 전문 분파를 결성하고 당시 인류에게 알려진 모든 주문 과 유물, 마법 물품을 수록하고 조사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길니아스와 알터랙은 스트롬의 강력한 지원자가 되어 막강한 군대를 편성하고 남쪽 산악 지대인 카즈 모단을 탐험하게 되었다. 이 탐험 기간 동안 인간들은 처음으로 고대 드워프족을 접하고 그들의 지하 동굴 도시인 아이언포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인간과 드워프족은 금속 세공술과 기계 공학 기술을 서로 주고받으며 전투와 무용담에 대한 공통된 열정을 나누었다.

로데론 남부 지방의 큰 섬 위에 세워진 쿨 티라스는 어업과 무역을 기반으로 풍요로운 경제 활동을 영위해 갔다. 시간이 흘러 쿨 티라스는 거대한 상업 선단을 이끌고 이색적인 거래 상품들을 찾아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 하지만 아라소르의 경제가 번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라소르를 이루고 있던 가장 강력한 요소들은 붕괴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스트롬의 군주들은 건조하고 메마른 남부 땅을 떠나 로데론의 청청한 북부 지방으로 터전을 옮기고 싶어했다. 하지만 소라딘 왕의 후계자이자 아라시 혈통의 마지막 자손들은 스트롬을 버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그곳을 떠나고 싶어하던 시민들의 불만을 사게 되었다. 결국 스트롬의 군주들은 길들여지지 않은 북부 지방에서 순수함과 깨우침을 얻고자 이 고대 도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스트롬의 군주들은 달라란에서 북쪽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 새로운 도시국가를 짓고 이를 로데론이라 불렀다. 후에 전 대륙이 이 도시국가에서 이름을 가져오게 된다. 로데론은 종교적 순례자와 내면의 평화와 안전을 갈구하는 모든 이들이 모이는 동경의 땅이 되었다.

고대 스트롬의 부서져가는 성벽 안에 남겨진 아라시의 자손들은 남부에 있는 카즈 모단의 바위투성이 산맥을 지나 남쪽으로 떠나가기로 결정했다. 오랜 여행 끝에 그들은 마침내 후에 아제로스라 불리게 된 대륙의 북부 지역에 정착했다. 이들은 비옥한 계곡에 스톰윈드 왕국을 건설하고 매우 짧은 시간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되었다.

스트롬에 남겨진 몇몇 전사들은 스트롬에 계속 남아 고대 도시의 성벽을 지키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아라소르 제국의 중심지가 아니게 된 스트롬은 스트롬가드라는 새로운 국가로 발달했다. 다른 도시국가들은 저마다 번성하고 있었지만 아라소르 제국은 사실상 붕괴된 것이었다. 각 국가는 자신들만의 관습과 신앙을 발달시키면서 점차 서로에게서 분리되어갔다. 단결된 인류를 꿈꾸던 소라딘 왕의 비전은 마침내 사라져버렸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823년 전

일곱 개 인간 왕국의 정치 세력과 경쟁자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수호자들은 혼돈에 대비해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기나긴 세월 동안 여러 수호자가 있었지만 한번에 단 한 명만이 티리스팔의 마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이 시대의 최후 수호자 중 하나는 암흑에 맞선 강력한 여전사였다. 젊고 불 같은 성격을 지닌 인간 여자 아이 에이그윈이 티리스팔 교단의 승인을 받고 수호자의 자격을 받은 것이다. 에이그윈은 악마들이 눈에 띌 때마다 모조리 소탕하며 열심히 활동했지만 가끔 티리스팔 의회의 남성 중심적 권한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그녀는 의회를 통솔하는 고대 엘프와 나이든 노인들의 사고 방식이 너무 경직되어 있고 혼돈과의 투쟁을 확실하게 끝낼 수 있는 선견지명이 부족하다고 믿었다. 기나긴 토론과 논쟁을 견디지 못한 그녀는 동료와 윗사람에게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중대한 상황에서 지혜보다는 용맹을 택하는 일이 잦았다.

티리스팔의 무한한 힘을 다스리는 능력이 점점 커져가면서 에이그윈은 북쪽 노스랜드 대륙의 얼어붙은 땅에 강력한 악마의 무리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에이그윈은 북쪽 멀리 산속까지 악마들을 추적했다. 그곳에서 그녀는 악마들이 용군단의 마지막 생존자 중 하나를 사냥해 용이 가지고 있던 마력을 빼내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필멸의 종족들의 계속되는 세력 확장을 피해 은둔해 있던 이 강대한 용들은 불타는 군단의 흑마법과 자신들의 마법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악마에게 맞선 에이그윈은 고귀한 용들의 도움으로 그들을 모조리 제거해 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악마가 이 세상에서 추방되자 북쪽 전역에 거대한 폭풍이 일어났고 노스랜드의 하늘에는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불타는 군단의 군주이자 악마의 제왕인 살게라스가 지옥의 에너지를 내뿜으며 에이그윈 앞에 나타난 것이다. 살게라스는 젊은 수호자에게 티리스팔의 종말이 다가왔노라며 곧 불타는 군단의 대학살 앞에 전 세계가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감한 에이그윈은 자신이 이 암흑의 신을 상대할 수 있으리라 믿고 마력을 풀어 살게라스의 화신을 공격했다. 에이그윈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악마의 제왕을 공격하여 그의 껍데기를 죽이는 데 성공했다. 살게라스의 영혼이 남아있을 것을 걱정한 순진한 에이그윈은 영원의 샘이 붕괴되면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버린 칼림도어 고대 전당 중 하나에 살게라스의 파괴된 껍질을 봉인했다. 하지만 에이그윈은 자신의 행동이 모두 살게라스의 계략이었음을 결코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는 그녀도 모르는 사이에 필멸의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세계를 운명짓게 된 것이다. 사실 살게라스의 육체가 죽음을 맞이한 순간 그 영혼이 에이그윈의 지친 몸 속으로 들어갔고 살게라스는 이 젊은 수호자의 영혼 속에서 그녀가 알아채지 못하도록 오랜 세월 숨어서 지내게 된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230년 전

아이언포지 산맥의 드워프족은 수 세기 동안 평화로운 삶을 누렸다. 그러나 산악 도시의 좁은 공간 속에서 사회는 너무나 커져 버렸다. 모디무스 앤빌마 대왕이 정의와 지혜로 모든 드워프를 다스렸음에도 불구하고 드워프 사회에서는 세 개의 강력한 당파가 생겨났다.

마도란 브론즈비어드 호족이 이끄는 브론즈비어드 일족은 대왕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아이언포지 산맥의 전통적인 수호자로 일어섰고, 카드로스 와일드해머가 이끄는 와일드해머 일족은 산기슭 주변의 바위산과 구릉지대에 살며 도시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려고 노력했다. 세 번째 당파인 검은무쇠단은 타우릿산이라는 마법사 족장을 지도자로 두었는데, 이 부족은 산 아래 깊은 그늘 속에서 브론즈비어드 부족과 와일드해머 부족을 몰아내기 위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 세 당파들 사이에 불안하게 유지되어 온 평화는 앤빌마 대왕이 세상을 뜨면서 폭발하게 되었다. 세 지도층 부족이 아이언포지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시작한 것이다. 땅 속에서는 오랫동안 드워프의 내전이 계속되었다. 결국 가장 큰 군대를 보유하고 있던 브론즈비어드 부족이 검은무쇠단과 와일드해머 부족을 추방하고 산을 차지했다.

카드로스와 와일드해머 전사들은 북쪽으로 던 알가즈의 성문을 지나 머나먼 그림 바톨의 봉우리로 이동하여 그들만의 왕국을 건립했다. 그곳에서 와일드해머 부족은 번영을 누리며 자신들의 보물 창고를 다시 채워나갔다. 타우릿산과 검은무쇠단 부족 역시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패배로 치욕을 당한 검은 무쇠단 부족은 아이언포지를 파괴할 음모를 꾸몄다. 타우릿산은 부족을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가 아름다운 붉은마루 산맥에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를 세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는 번창했지만 검은무쇠단 부족의 증오는 사라지지 않았다. 타우릿산과 그의 아내, 여마법사 모드구드는 아이언포지와 그림 바톨 양쪽 모두에 각각 공격을 감행했다. 검은무쇠단은 카즈 모단 전역을 손에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검은무쇠단 군대는 동족의 요새를 거세게 공격하며 두 왕국을 거의 손에 넣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결국은 마도란 브론즈비어드가 부족을 이끌고 타우릿산의 마법 군대를 물리쳐 승리를 쟁취했다. 타우릿산과 그의 부하들은 모드구드의 부대가 그림 바톨에서 카드로스와 와일드해머 부족 전사들과 힘든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시 자신들의 도시로 후퇴하였다.

적의 전사들과 맞닥뜨린 모드구드는 마법을 사용해 적에게 공포심을 불어넣으려 했다. 그녀의 명령에 그림자들이 움직이고 마물들이 땅 속 깊은 곳에서 기어 나와 와일드해머의 전당을 돌아다녔다. 모드구드는 마침내 성문을 뚫고 요새를 공격했다. 와일드해머 부족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카드로스는 직접 싸움에 뛰어들어 적의 마법사 여왕인 모드구드를 처치했다. 여왕이 쓰러지자 검은무쇠단 부족은 와일드해머 부족의 분노를 피해 달아났다. 그들은 남쪽에 있는 왕의 요새로 도망치다 그림 바톨을 지원하러 온 아이언포지 군대와 맞닥뜨리게 되었다. 두 군대 사이에 꼼짝없이 갇힌 검은무쇠단 패잔병들은 철저하게 패배하고 말았다.

아이언포지의 군대와 그림 바톨의 군대는 서로 합세해 남쪽으로 향했다. 타우릿산과 검은무쇠단 부족을 완전히 말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타우릿산의 광기와 분노가 엄청난 규모의 마력을 불러일으켰다. 타우릿산이 자신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초자연적인 생물을 소환하기 위해 지하 세계에 잠들어 있는 고대의 마력을 불러낸 것이다. 하지만 소환해낸 생물은 타우릿산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만큼 끔찍한 것이었고 결국 그것이 타우릿산 자신의 파멸을 불러왔다.

이 세계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던 시절 티탄에게 추방당한 불의 군주, 불의 정령들의 영원한 군주인 라그나로스가 다시 깨어났다. 그가 이제 타우릿산의 소환으로 다시 깨어나게 된 것이다. 아제로스에서 일어난 대재앙, 라그나로스의 환생으로 붉은마루 산맥이 파괴되고 그 파괴의 중심에 격렬한 화산이 만들어졌다. 검은바위 첨탑이라 불리는 이 화산은 북쪽으로 불타는 골짜기, 남쪽으로 불타는 평원과 닿아 있다. 타우릿산은 자신이 푼 마력에 죽고 말았지만 살아남은 그의 동족들은 결국 라그나로스와 그의 정령들에게 노예로 잡히고 말았다. 그들은 오늘날까지도 검은바위 첨탑 속에 남아있다.

참혹한 파괴의 현장과 남부 산맥으로 퍼져가는 불길을 본 마도란 왕과 카드로스 왕은 군대를 멈추고 자신들의 왕국으로 되돌아가는 바람에 라그나로스의 무시무시한 분노와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브론즈비어드 부족은 아이언포지로 되돌아가 영광스러운 도시를 재건하였다. 와일드해머 부족도 고향인 그림 바톨로 되돌아갔다. 하지만 모드구드의 죽음으로 산악 요새가 사악한 기운으로 오염돼 더 이상 거주할만한 곳이 못 되었다. 사랑하는 고향 땅을 잃게 된 와일드해머 부족은 가슴이 아팠다. 이에 브론즈비어드 왕이 와일드해머 부족에게 아이언포지에서 살 곳을 마련해주려 했지만 와일드해머 부족은 단호히 거절했다. 카드로스는 부족을 이끌고 북쪽의 로데론으로 향했다. 동부 내륙지의 푸른 숲에 정착한 와일드해머 부족은 맹금의 봉우리라는 도시를 세우고, 그곳에서 자연과 더욱 가까워지며 그 지역의 강대한 그리핀과도 유대 관계를 갖게 되었다.

아이언포지의 드워프들은 동족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교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탄돌 교각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다리를 만들어 카즈 모단과 로데론을 연결했다. 상호 교역으로 인해 두 왕국은 번창해갔다. 마도란과 카드로스가 사망하자 그 아들들은 함께 손을 잡고 아버지를 기리는 뜻에서 두 개의 거대한 석상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이 두 개의 석상은 라그나로스가 깨어나면서 화산 지대로 변해 버린 남부 지방으로 통하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게 된다. 이는 드워프 왕국을 침략하려는 자에 대한 경고의 역할뿐 아니라 검은무쇠단 드워프들이 치른 죄의 대가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했다.

두 왕국은 몇 년 동안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으나 와일드해머 부족은 그림 바톨에서 목격했던 공포로 인해 많이 변해있었다. 그들은 산중의 땅 속에 거대한 왕국을 짓기보다는 땅 위의 맹금의 봉우리에 사는 것을 택했다. 결국 이러한 이상의 차이로 두 드워프 부족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되었다.




워크래프트 I 시대로부터 45년 전

수호자 에이그윈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강해져 티리스팔의 에너지를 이용해 생명을 상당히 연장시켰다. 어리석게도 그녀는 살게라스를 영원히 해치웠다고 착각하며 900년 가까이 악마의 제왕의 하수인들로부터 세계를 보호해 왔다. 그러나 티리스팔 의회는 이제 에이그윈의 수호자 역할이 끝날 때가 되었다고 선언했다. 의회는 에이그윈에게 수호자의 힘을 부여할 새로운 후임자를 선발할 수 있도록 달라란으로 돌아올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항상 의회를 불신해오던 에이그윈은 자신이 직접 후임자를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에이그윈은 자신의 마력을 물려줄 아들을 낳기로 마음 먹었다. 티리스팔 교단이 자신에게 그랬듯이 후임자를 마음대로 조종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아제로스의 남쪽 나라로 내려간 에이그윈은 아들의 아버지가 되어줄 완벽한 남자를 만났으니 바로 니엘라스 아란이라는 능력 있는 인간 마법사였다. 아란은 궁중 마법사이자 아제로스 왕의 고문이었다. 에이그윈은 이 마법사를 유혹해 아들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니엘라스의 선천적인 마법 친화력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의 내면 깊숙이 파고들면서 훗날 이 아이가 밟게 될 비극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티리스팔의 마력도 아이에게 주입되었으나 이 마력은 아이가 신체적으로 성숙할 때까지 깨어나지 않도록 되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에이그윈은 멀리 떨어진 조그만 외딴 숲에서 아들을 낳았다. 에이그윈은 아이에게 하이 엘프 언어로 "비밀의 수호자"라는 뜻의 메디브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이가 자라나 다음 수호자가 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의 몸 안에 숨어있던 살게라스의 사악한 어둠의 영혼이 아이가 뱃속에 있는 동안 아이를 점령해 버렸다. 하지만 에이그윈은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새로운 세계의 수호자가 세계 최대의 적에게 점령당한 줄은 꿈에도 몰랐다.

에이그윈은 틀림없이 아기가 건강하고 튼튼하다고 생각하여 어린 메디브를 아제로스의 궁전으로 데리고 가서 인간 아버지와 그 동족들의 손에 길러지도록 남겨두었다. 그리고는 황야로 가서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의 그림자를 기다렸다. 메디브는 강한 아이로 자라났지만 자신이 태어나면서부터 지니고 있는 티리스팔의 잠재적인 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살게라스는 어린 메디브의 몸 속에서 메디브의 힘이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나이가 십대에 접어들 즈음 메디브는 마법을 다루는 솜씨 덕분에 아제로스에서 아주 인기가 좋았다. 그리고 친구인 아제로스 왕자 레인과 아라시 혈통의 마지막 후손 중 하나인 안두인 로서와 모험을 떠나기도 했다. 이 세 소년들은 왕국을 돌아다니며 언제나 말썽을 부렸지만 백성들은 모두 이들을 좋아했다.

메디브가 14살이 되자 내면에 깃들어 있던 광대무변한 힘이 깨어나면서 그의 영혼 속에 숨어 있던 살게라스의 영혼과 충돌을 일으켰다. 메디브는 혼수 상태에 빠져 여러 해를 보냈다. 혼수 상태에서 깨어난 메디브는 자신이 성인이 되었으며 친구인 레인과 안두인이 아제로스의 고위 인물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디브는 놀라울 정도로 강한 자신의 새로운 힘을 자신이 고향이라 부르는 땅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고 싶었지만 살게라스의 사악한 영혼이 그의 사상과 감정을 음흉한 쪽으로 몰고 갔다.

어둠으로 물들어 가는 메디브의 마음 속에 숨어 있던 살게라스는 2차 세계 침략 계획이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렀고 이 세계의 마지막 수호자가 그 계획을 실현시켜 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몹시 기뻐했다.







아제로스에서 메디브가 태어날 즈음, 책략가 킬제덴은 뒤틀린 황천에서 자신의 추종자들에 둘러싸여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가 주인으로 섬기는 살게라스로부터 명령을 받은 이 교활한 악마 군주는 아제로스에 대한 불타는 군단의 2차 공격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어떠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을 것이었다. 킬제덴은 불타는 군단이 세계에 발을 내딛기 전에 아제로스의 방어력을 약화시킬 새로운 세력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했다. 나이트 엘프나 용과 같은 종족들이 새로운 위협에 맞서 싸우도록 만든다면 정작 불타는 군단이 침략했을 때는 제대로 저항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킬제덴이 끝없는 어둠 너머를 평화로이 떠다니는 푸른 드레노어 세계를 발견한 것은 바로 이때였다. 주술 문화를 가진 부족 중심의 오크와 평화로운 드레노어족이 사는 이 세계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규모가 거대했다. 고귀한 오크족은 넓은 초원을 누비며 사냥을 즐겼고 호기심이 강한 드레노어족은 세계의 높은 절벽과 봉우리 안에 천연 도시를 세웠다. 킬제덴은 드레노어에 사는 종족들을 잘 키우면 불타는 군단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두 종족 중 오크 전사들이 불타는 군단의 타락에 더 쉽게 영향을 받는 다는 것을 안 킬제덴은 오래 전 살게라스가 아즈샤라 여왕을 지배했던 것처럼 오크의 주술사 장로인 넬쥴을 노예로 만들었다. 킬제덴은 이 교활한 주술사를 앞세워 오크 부족 전체에 전투에 대한 욕망과 만행을 퍼뜨렸다. 머지 않아 이 영적인 종족은 피에 굶주린 종족으로 변하고 말았다. 킬제덴은 넬쥴에게 마지막 단계로 그의 종족이 전적으 로 죽음과 전쟁만을 추구할 것을 맹세하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자신의 종족이 영원히 증오의 노예로 전락할 것을 느낀 넬쥴은 킬제덴의 명령에 불복종하게 되었다.

넬쥴의 나약함 때문에 계획에 차질이 생기자 킬제덴은 동족을 불타는 군단에게 넘길 만한 다른 오크를 찾기 시작했다. 교활한 악마의 군주가 마침내 자신이 바라던 순종적인 제자를 찾게 되었으니 그가 바로 넬쥴의 야심 많은 견습생 굴단이었다. 킬제덴은 절대적인 복종의 대가로 굴단에게 거대한 힘을 주기로 약속했다. 이 젊은 오크는 악마의 마법을 열심히 배우며 역사상 가장 강력한 흑마법사가 되었다. 굴단은 다른 젊은 오크들에게 악마의 마법을 가르치며 오크의 주술 전통을 폐지하려고 했다. 굴단은 지독한 멸망의 악취를 풍기는 끔찍한 새 마력을 자신의 동족에게 선보였다.

킬제덴은 오크족에 대한 지배를 더욱 강화하고자 굴단이 부족을 조종하고 드레노어 전체에 흑마법을 퍼뜨릴 어둠의 의회라는 비밀 종파를 결성하도록 도와주었다. 어둠의 의회의 결성으로 더 많은 오크들이 흑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드레노어의 아름답던 들과 시내가 빛을 잃으며 검게 변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크족이 오랜 세월 고향이라 부르던 광활한 평원은 시들어 사라지고 황량한 붉은 땅만 남게 되었다. 악마의 힘이 이 세계를 서서히 파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크족은 굴단과 어둠의 의회의 비밀스러운 조종 아래 점점 더 흉폭해져 갔다. 그들은 거대한 격투장을 만들어 전투와 죽음을 경험하면서 전사의 실력을 갈고 닦았다. 이 기간 중 몇몇 부족장은 오크족이 점점 타락해 가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리늑대 부족의 듀로탄 족장이 그 중 하나로, 그는 오크족이 증오와 분노에 굴복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하지만 전쟁노래 부족의 그롬 헬스크림과 같이 전쟁과 정복의 새로운 시대를 주도하고자 하는 더욱 강력한 족장들이 등장하면서 듀로탄의 경고는 무시되고 말았다.

킬제덴은 오크 부족의 준비가 거의 끝났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들이 절대적인 충성을 바칠 것인지를 확실히 해야 했다. 그는 비밀리에 어둠의 의회를 시켜 파괴와 분노의 화신인 파괴자 만노로스를 소환했다. 굴단은 족장들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만노로스의 분노의 피를 마시면 천하무적이 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그롬 헬스크림을 시작으로 듀로탄을 제외한 모든 족장은 만노로스의 피를 마시고는 불타는 군단의 노예로 전락하고 말았다. 만노로스의 분노로 힘을 얻은 족장들은 운명을 예감하지 못한 채 아무것도 모르는 동족에게도 그 저주를 나누어주었다.

새로운 피의 욕망에 사로잡힌 오크족은 자신들의 길을 가로막는 자에게 그 분노를 폭발했다. 굴단은 때가 된 것을 느끼고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족들을 통일해 단 하나의 멈출 수 없는 군단, 호드를 만들었다. 그러나 굴단은 헬스크림이나 오그림 둠해머와 같은 여러 족장들이 서로 지배권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게 될 것을 알고 꼭두각시 대족장을 내세워 이 새로운 호드를 지배하기로 했다. 그 어떤 오크 족장보다 타락하고 사악한 파괴자 블랙핸드가 굴단의 꼭두각시로 선택되었다. 이 블랙핸드의 지휘 아래 호드는 단순한 드레노어족을 상대로 스스로의 힘을 실험했다.

불과 몇 달 만에 호드는 드레노어에 살고 있던 거의 모든 드레노어족을 완전히 해치워버렸다. 몇 안 되는 생존자만이 가까스로 오크의 두려운 분노를 피해 목숨을 건졌을 뿐이었다. 승리에 취해 흥분한 굴단은 호드의 힘을 확인하고 매우 기뻐했다. 하지만 싸울 적이 없는 호드는 대학살에 대한 멈추지 않는 욕망으로 끝없는 내전에 휩싸여 자멸해버릴 것 또한 그는 알고 있었다.

킬제덴은 호드가 마침내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알았다. 오크족이 마침내 불타는 군단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변한 것이다. 이 교활한 악마는 때를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군주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살게라스도 마침내 복수의 시간이 왔다는 데 동의했다.







워크래프트: 오크와 인간

킬제덴이 호드의 아제로스 침공을 준비하는 동안 메디브는 살게라스로부터 자신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스톰윈드의 고귀한 군주, 레인 국왕은 자신의 옛 친구의 영혼을 타락시키는 듯한 어둠을 점점 더 경계하게 되었다. 레인 국왕은 전투 부관으로 임명된, 아라시 혈통의 마지막 자손인 안두인 로서와 근심을 나누었다. 하지만 서서히 광기에 빠져들고 있는 메디브가 가져오게 될 재앙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살게라스는 마지막 유인책으로 굴단이 아제로스로 호드를 이끌고 가는 데 동의할 경우 엄청난 힘을 주겠노라 약속했다. 살게라스는 메디브의 몸으로 나타나 거의 천년 전에 수호자 에이그윈이 살게라스의 손상된 몸을 안치한 해저 무덤을 찾으면 흑마법사 굴단에게 살아 있는 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굴단은 이에 응하여 아제로스에 살고 있는 자들을 모두 물리친 후 그 전설의 무덤을 찾아 보상을 받기로 결정했다. 호드가 자신의 뜻한 바를 이뤄 줄 것이라 확신한 살게라스는 침공 개시를 명했다.

메디브와 어둠의 의회 흑마법사들은 힘을 모아 어둠의 문이라 불리는, 차원을 넘나들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아제로스와 드레노어 사이의 먼 차원을 연결해 주는 이 문은 군대가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큰 크기였다. 굴단은 오크 정찰병을 어둠의 문 반대편으로 보내 자신들이 정복할 땅에 대해 조사하도록 했다. 돌아온 정찰병들은 아제로스 세계를 정복할 적당한 때가 되었다고 어둠의 의회에 자신 있게 보고했다.

여전히 굴단의 타락이 자신의 동족을 파멸시킬 것이라 믿고 있던 듀로탄은 다시 한번 흑마법사들에게 이의를 제기했다. 이 용감한 전사는 흑마법사들이 오크 영혼의 순결함을 파괴하고 있으며 이 무모한 침공이 멸망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 주장했다. 굴단은 차마 많은 이들의 호감을 사고 있는 영웅을 처치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기에 듀로탄과 서리늑대부족을 이 새로운 세계의 먼 구석으로 추방해 버릴 수밖에 없었다.

서리늑대 부족을 어둠의 문 너머로 추방한 이후 매우 소수의 오크 부족만이 그 뒤를 따랐다. 이 오크족들은 스톰윈드 왕국 동쪽 먼 곳에 위치한 검은 저습지대 안에 재빨리 작전 본부를 세웠다. 오크들이 여럿으로 갈라져 새로운 땅을 탐험하기 시작하면서 스톰윈드의 인간 수호병들과 즉각적인 충돌이 일어났다. 이러한 작은 충돌은 빨리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이로 인해 양 종족의 강점과 약점이 많이 노출되었다. 레인과 로서는 오크족의 숫자에 대해 정확한 자료를 입수하지 못해 자신들이 얼마나 강한 군대를 상대해야 하는 것인지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몇 년 후, 대다수의 오크 호드가 아제로스로 건너왔고 굴단은 인간에게 첫 공격을 감행할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호드는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스톰윈드 왕국을 전력을 다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왕국 도처에서 아제로스 군대와 호드 군대가 충돌하면서 양 군대에서 내부적인 갈등이 빚어지기 시작했다. 레인 국왕은 야만적인 오크족에겐 아제로스를 정복할 만한 힘이 없다고 생각하여 얕잡아보며 수도인 스톰윈드에 머무르며 방어전을 벌이려 했다. 적진에 직접 쳐들어가야한다고 판단한 로서 경은 국왕에 대한 충성과 자신의 신념 사이에서 어느 하나를 택해야만 했다. 자신의 본능을 따르기로 한 로서는 메디브의 젊은 견습생, 카드가의 도움으로 메디브의 탑 요새 카라잔을 급습했다. 카드가와 로서는 이번 충돌의 근본 원인으로 확인된 악마에 홀린 수호자 메디브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메디브의 육체를 처치함으로써 로서와 카드가는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살게라스의 영혼을 심연의 나락으로 추방해 버리게 되었다. 그 결과 메디브의 순수하고 고결한 영혼 역시 계속 살아남아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천상계를 배회하게 되었다.

메디브를 물리쳤음에도 불구하고 호드는 계속해서 스톰윈드의 방어 세력을 압도해 나갔다. 호드의 승리가 가까워 옴에 따라 가장 강대한 오크 족장들 중 하나인 오그림 둠해머는 드레노어에 있을 당시부터 부족들 전체에 퍼져 온 타락과 부패를 목격하기 시작했다. 그의 오랜 동지인 듀로탄은 유배에서 돌아와 굴단의 배반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고해 주었다. 그러나 굴단은 즉시 자객들을 보내어 듀로탄과 그의 가족을 모두 살해하여 보복을 했고 오직 듀로탄의 젖먹이 아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둠해머는 애델라스 블랙무어라는 인간 장교가 듀로탄의 젖먹이 아들을 발견하여 노예로 삼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바로 그 젖먹이 오크가 훗날 오크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등장하게 된다.

듀로탄의 죽음에 분개한 오그림은 악마의 타락으로부터 호드를 구하기 위해 나섰고 마침내 굴단의 타락한 꼭두각시, 블랙핸드를 처치하고 호드 대족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의 과감한 지도력 아래, 냉혹한 호드는 마침내 스톰윈드 요새를 포위 공격했다. 호드의 힘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했던 레인 국왕은 자신의 왕국이 녹색 피부를 가진 침략자들의 발 아래 무너지는 것을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다. 결국 레인 국왕은 어둠의 의회 최고의 암살자 중 하나인 반오크, 가로나의 손에 암살되고 말았다.

로서와 그의 전사들은 카라잔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며 인명의 손실을 막고 한때 영광스러웠던 고향 땅을 구해 낼 수 있기를 소망했다. 하지만 너무 늦어버린 이 용사들을 맞이한 것은 자욱한 연기 속에서 폐허로 변해 버린 사랑하는 고향의 모습이었다. 오크 호드는 계속해서 지방 거주지들을 파괴하며 주변의 땅을 차지해 나갔고 일단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던 로서와 그의 동료들은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고향 땅을 되찾겠다고 굳게 맹세했다.




워크래프트 2: 어둠의 물결

로서 경은 스톰윈드 요새에서의 패배 이후 아제로스 군대의 패잔병들을 규합하여 바다 건너 북쪽 로데론 왕국으로 대규모 탈출을 시작했다. 호드를 그대로 방치해 둘 경우 인간 종족 전체를 말살하고 말 것이라 확신한 일곱 인간 국가의 지도자들은 한자리에 모여 훗날 로데론의 얼라이언스라 알려지게 될 연합을 결성하는 데 합의했다. 거의 3천 년 만에 처음으로 서로 흩어져 있던 아라소르 국가가 다시 하나의 공동 깃발 아래 모이게 된 것이었다. 얼라이언스군의 총사령관으로 지명된 로서 경은 그의 군대를 호드의 침공에 대비시켰다.
또한 로서는 빛의 수호자 우서와 댈린 프라우드무어 제독, 투랄리온과 같은 부관들의 도움으로 눈 앞에 닥친 위협에 대해 로데론의 반인 종족을 설득할 수 있었다. 얼라이언스는 아이언포지의 무뚝뚝한 드워프족과 쿠엘탈라스의 소수의 하이 엘프들의 지원을 얻는 데 성공했다. 당시 아나스테리안 선스트라이더가 이끌던 엘프들은 다가오는 충돌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로서가 오래 전에 엘프들을 도와줬던 아라시 혈통의 마지막 자손이었기에 그에게 도움을 줄 의무가 있었다.

이제 대족장 둠해머가 이끄는 호드는 고향 세계인 드레노어로부터 오우거들을 불러들였고 엘프들에게 자신의 땅을 빼앗긴 아마니 숲 트롤들까지 징집해 끌어들이고 있었다. 호드는 드워프 왕국 카즈 모단과 로데론의 남부 지방을 침략하기 위한 대규모 전쟁을 시작하면서 모든 저항 세력을 힘들이지 않고 괴멸시켰다.

2차 대전쟁의 장대한 전투는 대규모 해전에서 대규모 공중 혼전까지 그 범위가 실로 넓었다. 우여곡절 끝에 호드는 악마의 영혼이라 불리는 강력한 유물을 발굴했고 그것을 이용해 고대의 용, 여왕 알렉스트라스자를 노예로 만들었다. 호드는 그녀의 소중한 알을 파괴해 버리겠다고 위협하며 알렉스트라스자에게 그녀의 자식들인 성체가 된 용들을 전쟁에 내보낼 것을 강요했고 숭고한 붉은용들은 어쩔 수 없이 호드를 위해 싸워야만 했다. 아주 치열하게...

이 전쟁은 카즈 모단과 로데론, 아제로스 대륙 전체를 휩쓸었다. 호드는 북방 전쟁의 일환으로 경계지인 쿠엘탈라스를 불질러 파괴하는 데 성공했으며 이로 인해 엘프들은 결정적으로 얼라이언스의 대의에 대한 헌신을 다짐하게 되었다. 이 전투로 로데론의 보다 큰 도시와 마을들이 남김 없이 파괴되었다. 증원군도 없이 압도적인 수적 열세 상황에서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로서와 그의 동맹군은 적을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2차 대전쟁 말, 얼라이언스에 대한 호드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되었을 무렵 아제로스에서는 가장 강력한 두 오크 부족 간에 격렬한 싸움이 일어났다. 둠해머가 얼라이언스의 나머지 병사들을 쳐부수기 위해 수도인 로데론에 대한 마지막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때, 굴단과 그의 추종자들은 각자의 임무를 뒤로 한 채 바다로 향했다. 당황한 둠해머는 굴단의 배반에 병사의 절반을 잃고 얼라이언스를 물리칠 수 있는 최대의 기회를 포기한 채 후퇴해야 했다.

힘에 굶주린 굴단은 스스로 신의 권위를 얻어야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엄청난 힘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고 생각한 바다 밑 살게라스의 무덤을 찾아 나섰다. 이미 오크 동지들에게 불타는 군단의 노예가 될 운명임을 선고한 굴단은 둠해머에 대한 충성의 의무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굴단은 폭풍의 약탈자와 황혼의 망치단의 지원을 받아 바다 밑 살게라스의 무덤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물이 가득 찬 그 고대의 무덤 안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미쳐버린 악마들뿐이었다.

굴단의 배반으로 너무나 큰 희생을 치러야 했던 둠해머는 제멋대로인 오크들을 처벌하기 위해 군대에게 굴단을 죽이고 변절자들을 데려오라고 지시했다. 한편 굴단은 자신의 무모한 행동으로 풀려난 미친 악마들의 손에 찢겨 죽고 말았다. 한순간에 지도자를 잃어버린 변절 부족들은 얼마 가지 못해 둠해머의 성난 군대 앞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변절자들의 반란은 진압됐지만 그로 인해 입게 된 엄청난 손실은 되찾을 길이 없었다. 굴단의 배반으로 얼라이언스는 희망을 찾았을 뿐 아니라 다시 모여 복수할 시간까지 벌게 되었다.

호드의 내부 분열을 지켜본 로서 경은 나머지 병사들을 모아 남쪽으로 폐허가 된 스톰윈드의 중심부까지 둠해머의 군대를 몰아갔다. 그곳에서 얼라이언스 군대는 후퇴하는 호드를 검은바위 첨탑이라는 화산 요새에 가두어 버렸다. 로서 경은 첨탑 아래서 전투를 벌이다 쓰러졌지만 부관인 투랄리온은 가까스로 얼라이언스 군대를 재집결해 슬픔의 늪으로 호드를 다시 몰아넣었다. 투랄리온의 군대는 오크의 고향인 드레노어로 통하는 신비한 어둠의 문을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 지원이 끊기고 계속되는 내분에 지친 호드는 결국 얼라이언스 군대 앞에 무릎을 꿇고 굴복할 수 밖에 없었다.

흩어진 오크 부족들은 즉시 얼라이언스 군대에 붙잡혀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호드를 완전히 물리친 듯했지만 평화가 계속되리라는 생각에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다. 이제 꽤나 이름을 떨친 대마법사 카드가는 네더가드 요새를 건설하고 어둠의 문을 철저하게 감시하여 더 이상 드레노어의 침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얼라이언스 지휘관들을 설득했다.




워크래프트 2 확장팩: 끝없는 어둠 너머

2차 대전쟁의 불길이 사그라들자 얼라이언스는 오크의 위협을 억압하기 위해 공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붙잡힌 오크를 수용하기 위한 대규모 수용소가 로데론 남부에 대거 건설되었다. 얼라이언스의 성기사와 노련한 병사들이 감시하는 이 수용소는 매우 성공적인 조치였다. 붙잡힌 오크들은 다시 한번 전쟁을 치를 기회를 엿보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지만 오랜 감옥 요새인 던홀드에서 근무하는 여러 수용소 감시자들은 평화와 질서를 굳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옥 같은 드레노어 세계에서는 새로운 오크 군대가 방심하고 있는 얼라이언스를 공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때 굴단의 스승이었던 넬쥴은 남아있던 오크 부족을 어둠의 깃발 아래 모았다. 넬쥴은 어둠의 달 부족의 도움으로 드레노어에서 몇 개의 문을 열어 손상되지 않은 새로운 세계로 호드를 이끌려 했다. 새로운 문에 힘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아제로스에서 몇 가지 마법 유물을 가져와야 했다. 그 유물들을 손에 넣기 위해 넬쥴은 어둠의 문을 다시 열어 탐욕스러운 수하들을 내보냈다.

그롬 헬스크림과 피투성이굴 부족의 킬로그 데드아이와 같은 노련한 족장들을 앞세운 새로운 호드는 변방을 통해 얼라이언스 방어군을 기습하면서 사납게 돌진해 갔다. 넬쥴의 뛰어난 지휘 아래 오크들은 재빨리 필요한 물건을 모아 드레노어로 무사히 되돌아갔다.

로데론의 테레나스 국왕은 오크들이 또 다시 아제로스를 침략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가장 믿음직한 부관들을 소집했다. 그는 투랄리온 장군과 카드가 대마법사에게 원정대를 이끌고 어둠의 문을 지나 오크의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것을 명령했다. 투랄리온과 카드가의 군대는 드레노어로 진격해 가다 폐허가 된 지옥불 반도에서 넬쥴의 부족과 충돌해 전투를 벌였다. 하이 엘프 알레리아 윈드러너와 드워프 쿠르트란 와일드해머, 노병 다나스 트롤베인의 도움까지 받았지만 결국 카드가는 넬쥴이 다른 세계로 연결되는 문을 여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

넬쥴은 마침내 다른 세계로 통하는 문을 열었으나 그것으로 치르게 될 끔찍한 대가에 대해서는 예상하지 못했다. 문에서 나오는 엄청난 힘에 드레노어의 구조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투랄리온의 군대가 고향인 아제로스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동안에도 드레노어 세계는 붕괴되고 있었다. 그롬 헬스크림과 킬로그 데드아이는 넬쥴의 무모한 계획이 오크족 모두를 말살시키게 될 것이라 깨닫고는 나머지 오크들을 모아 비교적 안전한 아제로스로 피했다.

드레노어에서는 투랄리온과 카드가가 자신들의 위치에서 어둠의 문을 파괴해 끝까지 희생할 것에 동의했다. 비록 자신과 동료의 목숨을 잃게 될지언정 그것만이 아제로스를 구하는 길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헬스크림과 데드아이가 자유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인간과 맞서 싸우고 있을 때 그들 뒤에서 어둠의 문이 폭발했다. 이제 그들과 아제로스의 나머지 오크들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넬쥴과 그의 충성스러운 어둠의 달 부족이 새로 만들어진 문 중 가장 큰 문을 지나가는 순간 엄청난 화산 폭발이 일어나면서 드레노어의 대륙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불타는 바다가 일어나 갈라진 땅덩어리를 삼키면서 고통 받던 이 세계는 마침내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넬쥴과 그의 추종자들은 끝없는 암흑 너머 전역에 흩어져 있는 모든 세계들을 연결하는 천상계인 뒤틀린 황천으로 들어서게 되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킬제덴과 그의 악마 부하들이었다. 건방지게 반항했던 넬쥴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했던 킬제덴은 그 늙은 주술사의 몸을 천천히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그러면서 넬쥴의 영혼은 죽이지 않고 살려 두어 자신의 몸이 갈갈이 찢기는 고통을 느끼도록 했다. 넬쥴은 악마 같은 킬제덴에게 자신의 영혼이 잠들 수 있게 풀어달라고 애원했지만 킬제덴은 오래 전에 맺은 피의 서약이 아직도 유효하며 아직도 자기를 섬길 의무가 있다고 단호하게 못박았다.

불타는 군단이 의도했던 오크족의 세계 정복에 실패하자 킬제덴은 새로운 군대를 만들어 아제로스 왕국 전체에 혼돈의 씨앗을 뿌려야 했다. 이 새로운 군대는 호드처럼 사소한 경쟁이나 내분에 빠져들어선 안 되고 주어진 임무에만 전념해 이를 무자비하게 이행해야 했다. 킬제덴으로서는 이번에야말로 실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넬쥴의 무력한 영혼을 사로 잡고 있던 킬제덴은 그에게 불타는 군단을 섬길 것인가 아니면 영원한 고통에 시달릴 것인가에 대한 마지막 선택권을 주었다. 무모하게도, 넬쥴은 다시 한번 이 악마의 서약에 동의했다. 넬쥴의 영혼은 뒤틀린 황천의 깊숙한 곳에서 가져온, 특별히 만들어진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얼음 덩어리 속에 안치되었고 넬쥴은 이 얼음 속에 갇힌 채 자신의 의식이 만 배나 확장되는 것을 느꼈다. 악마의 혼돈 마력으로 뒤틀린 넬쥴은 헤아릴 수 없는 힘을 가진 유령과 같은 존재로 변했다. 바로 그 순간, 넬쥴이라는 이름의 오크는 영원히 사라지고 리치 왕이 탄생한 것이다.

넬쥴에게 충성을 바치던 죽음의 기사와 어둠의 달 부하들도 악마의 혼돈 에너지에 의해 변형되었다. 사악한 마술사들은 갈가리 찢어져 해골 리치로 다시 태어났고 악마들은 넬쥴의 부하들이 죽은 뒤에라도 넬쥴에게 절대 복종하도록 조치하였다. 때가 됐을 때, 킬제덴은 리치 왕이 어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창조되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넬쥴의 임무는 아제로스 전역에 죽음과 공포의 역병을 퍼뜨려 인간 문명을 영원히 말살시키는 것이었다. 이 끔찍한 역병으로 죽은 이들은 언데드로 환생하게 되었고 그들의 영혼은 넬쥴의 철통 같은 의지에 영원히 묶이게 될 것이었다. 킬제덴은 이 세상에서 인간들을 말끔히 없애 버리는 이 사악한 임무를 완수하면 지금의 저주에서 해방시키고 건강한 육체를 새로 주겠다고 넬쥴에게 약속했다.

비록 넬쥴은 이에 유쾌하게 응하고 서둘러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싶어했지만 킬제덴은 여전히 자신의 앞잡이로서 넬쥴의 충성을 의심하고 있었다. 육체 없이 수정 속에 담겨 있는 리치 왕은 잠시 동안은 착실히 임무를 수행하게 되겠지만 킬제덴은 그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의 정예 악마 경비병인 흡혈 종족 공포의 군주들을 소환해 넬쥴이 사악한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는지 잘 감시하도록 했다. 공포의 군주들 중에서 가장 강하고 교활한 티콘드리우스는 역병의 가혹함과 리치 왕에게 내재된 대량 학살의 난폭한 잠재력에 매혹되어 이 감시 임무를 맡았다.




킬제덴은 넬쥴이 든 얼음 수정을 아제로스의 세계로 내던졌다. 단단 한 수정은 밤하늘을 가르며 날아가 북극의 황량한 대륙, 노스랜드에 떨어져 얼음왕관 빙하 속 깊숙이 묻혔다. 떨어질 때의 심한 충격으로 모양이 일그러지고 손상된 이 얼어붙은 수정은 왕좌의 모양을 띠게 되었고 곧 그 속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넬쥴의 영혼이 움직이고 있었다.

넬쥴은 얼음 왕좌에 갇힌 채로 자신의 광활한 의식을 펼쳐 노스랜드 토착 주민의 의식에 다다랐다. 거의 힘도 들이지 않고 그는 얼음 트롤이나 사나운 웬디고와 같은 수많은 토착 생물들의 의식을 사로잡을 수 있었고 이들의 사악한 동족들을 점점 커져 가는 자신의 어둠 속으로 끌고 들어왔다. 넬줄의 정신 에너지는 거의 한계가 없었으며 그는 이를 사용해 작은 군대를 만들어 얼음왕관 빙하의 비틀어진 미궁 안에 배치해 두었다. 공포의 군주들의 끊임없는 감시 아래 리치 왕은 커져 가는 자신의 능력을 제어하는 방법을 통달해 가면서 넓디넓은 용의 황폐지 끝에 있는 외딴 인간 거주지를 발견했다. 넬쥴은 무방비 상태의 인간들에게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넬쥴은 얼음 왕좌의 깊숙한 곳에서 나온 불사의 역병을 이 북극 황무지에 퍼뜨렸다. 그는 자신의 뜻대로 역병을 조절해 이를 인간 마을에 곧장 퍼뜨렸고 사흘 안에 그 마을에 살던 모든 사람이 죽어 곧 좀비로 환생하기 시작했다. 넬쥴은 이들 각각의 영혼과 생각을 마치 자신의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의식 속에서 격동하는 영혼의 불협화음은 마치 넬쥴에게 꼭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기라도 하듯이 그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주었고 넬쥴은 좀비들의 행동을 조종하며 마음대로 부리는 것이 어린애 장난처럼 쉬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몇 달 동안 넬쥴은 계속해서 불사의 역병을 시험하며 노스랜드에 거주하는 모든 인간들을 정복했고, 날마다 늘어나는 언데드 군단을 보며 진정한 시험의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한편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버린 남쪽 땅에서는 흩어진 호드 패잔병들이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그롬 헬스크림과 전쟁노래 부족은 겨우 붙잡히지 않고 피할 수 있었지만 데드아이와 피투성이굴 부족은 붙잡혀서 로데론의 수용소에 갇히게 되었다. 많은 희생을 치른 반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소의 감시자들은 곧 그들을 다시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얼라이언스에게 알려지지 않은 거대한 오크 군대 하나가 카즈 모단의 북부 황무지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악명 높은 흑마법사 네크로스가 이끄는 붉은용부족이 악마의 영혼으로 알려진 고대 유물을 사용해 용의 여왕 알렉스트라스자와 그녀의 용군단을 조종하고 있었다. 용의 여왕을 인질로 삼은 네크로스는 일부 사람들이 저주 받았다고도 하는 그림바톨의 버려진 와일드해머 요새에서 비밀리에 군단을 모집했다. 그는 자신의 군대와 힘센 붉은용들을 얼라이언스에 풀어놓을 계획을 세우고 호드를 다시 통일해 계속해서 아제로스를 정복하고자 했다. 그러나 인간 마법사 로닌이 이끄는 소규모 저항 세력이 악마의 영혼을 파괴하고 용의 여왕을 네크로스에게서 구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네크로스의 비전은 실현되지 못했다.

분노한 알렉스트라스자의 용들은 그림 바톨을 파괴하고 붉은용부족의 절반 이상을 태워 없애버렸다. 네크로스가 계획한 오크의 재통일이라는 원대한 꿈은 얼라이언스 군대가 나머지 오크 생존자들을 붙잡아 수용소에 가둬버림으로써 물거품으로 사라졌다. 붉은용부족의 패배는 호드의 종말, 그칠 줄 모르는 오크의 피를 향한 열망에 대한 종말을 알린 것이었다.




여러 달이 지나면서 수용소에 붙잡혀와 갇히는 오크의 수도 늘어갔다. 오크의 수가 계속해서 늘어나자 얼라이언스는 알터랙 산맥의 남쪽 평원에 새로운 수용소를 지어야만 했다. 테레나스 국왕은 늘어가는 수용소를 제대로 관리하고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기 위해 얼라이언스 국가들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했다. 이 세금은 국경 문제를 둘러싸고 고조되어 있던 정치적 긴장 상태와 함께 사회적인 불안을 확산시켰다. 어두운 시기에 인간 국가들을 단결시켰던 불안한 조약이 곧 깨어질 듯했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 속에서 수용소의 감시자들은 오크 포로에게 불안한 변화가 찾아온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횟수나 서로 주먹질하며 싸우는 횟수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오크들은 갈수록 냉담하고 무기력해져 갔다. 믿을 수 없게도 한때 아제로스에서 가장 공격적인 종족으로 알려졌던 오크들이 전투 의지를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이 이상한 무기력증 현상은 얼라이언스 지도자들을 당황케 했으며 오크들은 하루가 다르게 나약해져만 갔다.

일부는 오크에게만 걸리는 어떤 이상한 질병 때문에 무기력증이 발생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달라란의 대마법사 안토니다스는 다른 가설을 내세웠다. 안토니다스는 오크 역사를 연구해본 결과 오크들이 오랜 세월 동안 악마의 힘에 의해 치명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오크들이 아제로스에 처음 침입하기 전부터 이미 이 힘에 타락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악마들이 오크의 피에 마력을 불어넣어 야만적인 오크의 힘과 체력, 공격성이 비정상적으로 향상된 것이라고 추측했다.

안토니다스는 오크에게 나타난 무기력증은 실제로 질병이 아니라 그들을 피에 굶주린 무시무시한 전사들로 변화시킨 흑마법사 마력이 시간이 지나면서 사라져 발생한 종족적인 부작용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증세가 분명했지만 안토니다스는 오크의 무기력증을 치유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때도 마찬가지로, 많은 동료 마법사들을 비롯하여 몇몇 이름 있는 얼라이언스 지도자들도 오크를 위해 치료법을 찾는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수수께끼 같은 오크의 상태를 두고 고심하던 안토니다스는 영적인 방법으로만 오크를 치유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수용소 최고 교도소장인 애델라스 블랙무어는 그의 감옥 요새 던홀드에서 오크 포로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 중 한 오크가 항상 그의 주의를 끌었는데, 그는 바로 자신이 약 18년 전에 주워 기른 고아 젖먹이였다. 블랙무어는 이 어린 오크 아이를 자신이 가장 총애하는 노예로 키우며 '스랄'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다. 블랙무어는 이 오크에게 전술과 철학, 전투에 대해 가르쳤고 투사로서의 훈련도 시켰다. 여기에는 이 오크를 하나의 무기로 만들어 내려는 타락한 교도소장의 속셈이 있었다.

그러나 혹독한 훈련과 교육에도 불구하고 튼튼하고 기민한 오크로 성장한 스랄은 노예의 삶이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성년으로 자라면서 스랄은 전쟁에 패배한 후 수용소에 갇혀 한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자신의 민족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자기 민족의 지도자인 둠해머가 로데론에서 탈출해 숨어 지낸다는 소문도 있었다. 하나의 부족만이 남아 얼라이언스의 눈을 피해 비밀리에 황야를 떠돌아 다니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능력은 있었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스랄은 블랙무어의 요새를 탈출해 자신의 동족을 찾아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여행 중 수용소에 들린 스랄은 한때 강대했던 종족이 이상하게도 위축되고 무기력해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신이 기대했던 자랑스러운 전사들을 찾지 못한 스랄은 아직 패하지 않은 마지막 오크 족장인 그롬 헬스크림을 찾아 나섰다.

끊임없이 인간에게 쫓기고 있던 헬스크림은 여전히 꺼질 줄 모르는 호드만의 전투 의지를 지니고 있었다. 헬스크림은 자신에게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전쟁노래 부족의 도움만으로 쫓기는 동료들을 위해 비밀리에 전쟁을 계속했다. 안타깝게 헬스크림도 붙잡힌 오크들을 무기력증에서 깨어나게 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감수성이 예민한 스랄은 헬스크림의 이상주의에 감명을 받아 호드와 그 전사의 전통에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스랄은 자신의 출생에 대한 진실을 찾아 북쪽으로 전설의 서리늑대 부족을 찾아 나섰다. 스랄은 서리늑대 부족이 1차 대전쟁 초기에 굴단에 의해 추방당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거의 20년 전 황야에서 살해당한 서리늑대 부족의 진실한 족장이자 오크의 영웅인 듀로탄의 아들이며 후계자인 것도 알게 되었다.

스랄은 드렉타르라는 훌륭한 주술사 아래서 굴단의 사악한 통치로 잊혀져버린 자기 민족의 고대 주술 문화를 배웠다. 시간이 흘러 스랄은 강력한 주술사로 성장해 추방된 서리늑대 부족장의 자리에 당당히 올랐다. 자연으로부터 힘을 부여 받은 스랄은 자신의 운명을 찾겠다는 의지를 품은 채 사로잡힌 부족을 해방하고 악마의 힘에 타락한 동족을 치유하기 위해 길을 떠났다.

여행 중에 스랄은 오랜 세월을 은둔자로 살아온 늙은 족장 오그림 둠해머를 찾게 되었다. 스랄의 아버지와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둠해머는 이 젊고 통찰력 있는 오크를 따라 붙잡힌 부족을 해방시키는 일을 돕기로 했다. 스랄은 수많은 노병 족장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호드에게 활력을 되찾아주고 동족에게 새로운 영적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데 성공했다.

동족의 부활을 상징하기 위해 스랄은 던홀드 요새로 되돌아가 수용소를 공격함으로써 한 때 주인이었던 블랙무어의 계획을 과감히 무산시켜 버렸다. 하지만 대가 없는 승리란 없는 법, 수용소의 동족들을 구하던 중 둠해머가 전장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스랄은 둠해머가 지니고 있던 전설의 전투해머와 검은 갑옷을 손에 넣고 호드의 새로운 대족장이 되었다. 그 후 몇 개월 동안 스랄이 이끄는 작지만 생기 넘치는 호드는 수용소를 폐허로 만들며 호드의 뛰어난 전략에 대항하려는 얼라이언스의 노력을 수포로 만들었다. 스랄은 절친한 친구이자 스승인 그롬 헬스크림의 격려를 받으며 어떤 오크도 다시는 노예로 전락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스랄이 로데론에서 동포들을 해방시키는 동안 넬쥴은 계속해서 노스랜드에 자신의 세력 거점을 마련했다. 거대한 요새가 얼음왕관 빙하 위에 세워지고 죽은 자들의 군단이 배치되었다. 하지만 리치 왕이 이땅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 가는 동안에도 그의 힘에 맞서는 어둠의 제국이 있었다. 극악한 인간 거미 종족이 건설한 고대 지하 왕국, 아즈졸네룹이 정예 경비병을 보내 얼음왕관을 공격하고 권세를 거머쥐려는 리치 왕의 미친 시도를 끝장내려 한 것이었다. 넬쥴은 이 사악한 네룹인들이 역병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신적 지배에도 면역성이 있는 것을 알고는 좌절했다.

네룹 거미 군주들은 거대한 군대를 지휘했으며 그들의 지하 세계는 노스랜드 너비의 거의 절반이나 되는 크기였다. 그들은 리치 왕의 요새를 치고 빠지는 전략으로 공격해 이들을 근절하려는 리치 왕의 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에는 전쟁은 소모전으로 치달아 넬쥴이 승리했고 넬쥴은 극악한 공포의 군주들의 도움을 받아 무수한 언데드 전사들을 이끌고 아즈졸네룹을 공격해 마침내 거미 군주들을 격파하고 그들의 지하 사원을 허물어 버렸다.

네룹인들은 역병에 대해 면역성이 있었지만 점점 커가는 강령술의 힘을 빌려 넬쥴은 이 거미 전사들의 시체를 환생시키고 자신의 뜻에 굴복시킬 수 있었다. 그들의 끈기와 대담함에 대한 증언으로, 넬쥴은 네룹인들의 특이한 건축 스타일을 도입해 자신의 요새와 건물에 사용했다. 자신의 왕국에 저항하는 자들이 없어지자 리치 왕은 이 세계에서 행할 진정한 임무를 수행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리치 왕은 자신의 광범위한 의식을 인간의 땅으로까지 펼쳐 자신의 부름을 듣는 모든 어두운 영혼들을 불렀다.




리치 왕의 정신적 부름을 들은 자들 중에는 세계 각처의 강한 힘을 가진 개인들이 몇몇 있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자는 달라란의 대마법사 켈투자드였는데 그는 달라란의 지도 의회인 키린 토의 상급 의원 중 하나였다. 켈투자드는 금지된 강령술에 대한 연구를 고집하다 오랫동안 이단자로 간주되어 왔었다. 강령술의 마법 세계와 그 암흑의 불가사의를 모두 배우고 싶어한 그는 동료들의 계율을 시대에 뒤떨어지고 상상력이 결여된 것으로 보며 실망하고 있었다. 때마침 노스랜드에서의 강력한 소환을 들은 그는 이 수수께끼의 목소리와 대화하기 위해 모든 의지력을 쏟아 부었다. 켈투자드는 키린 토가 강령술에 내재된 힘과 지식을 이해하기에는 너무 보수적이라 판단하고 여기에서 탈퇴해 이 강력한 리치 왕에게서 배우기로 했다.

켈투자드는 부와 정치적 명예를 버리고 키린 토의 관습을 저버린 채 달라란에서 영원히 떠나가 버렸다. 리치 왕의 끊임없는 음성에 이끌려 그는 자신의 많은 소유물들을 팔아 재산을 다른 곳에 보관해 두었다. 리치 왕에게 봉사하고자 혼자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마침내 노스랜드의 얼어 붙은 해안에 도착한 그는 얼음왕관에 도달해 전쟁으로 파괴된 아즈졸네룹의 폐허를 지나갔다. 이곳에서 켈투자드는 넬쥴의 힘의 잔인함과 그 세력 범위를 직접 확인했고 이 수수께끼 같은 리치 왕의 편에 서는 것은 현명한 일이며 앞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도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거친 북극 황무지를 몇 달 동안 오래 돌아다닌 켈투자드는 마침내 암흑 빙하, 얼음왕관에 도달했다. 그는 넬쥴의 암흑 요새에 당당히 다가갔다. 그런데 마치 그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 언데드 경비병들이 아무 말 없이 그를 지나가게 해주었고 켈투자드는 이에 놀랐다. 켈투자드는 차가운 땅 속으로 깊숙이 내려가 빙하 바닥에 이르렀다. 그곳, 끝없는 얼음 동굴과 암흑 속에서, 그는 얼음 왕좌 앞에 엎드려 자신의영혼을 죽은 자들의 어둠의 지배자에게 바쳤다.

리치 왕은 새로운 신하를 보고 크게 기뻐했다. 그는 켈투자드에게 충성과 복종에 대한 보상으로 불로불사와 막대한 힘을 약속했고 암흑의 지식과 힘을 몹시 얻고 싶어한 켈투자드는 인간의 세계로 나가 리치 왕을 섬기는 새로운 교단을 설립하는 자신의 첫 임무를 받아들였다.

이 대마법사가 임무를 완수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넬쥴은 켈투자드의 인간성을 그대로 두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아직 강한 카리스마를 갖고 있던 켈투자드는 환각 능력과 설득력을 이용해 로데론에서 시민 자격을 박탈 당하고 학대 받는 무리들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일단 그들의 주목을 받게 된 후, 사회에 대한 새로운 이상과 그들의 왕이라 부를 새로운 인물을 제시하게 될 것이었다.

변장을 하고 로데론에 되돌아온 켈투자드는 이후 3년 동안 자신의 재산과 지성을 이용해 비밀리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남녀를 불러모았고 저주받은 자들의 교단이라고 불리는 이 단체는 수행사제들에게 넬쥴에 대한 봉사와 복종에 대한 보상으로 사회적 평등과 영생을 약속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켈투자드는 로데론의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지쳐 버린 노동자들 중에서 수많은 지원자들을 찾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켈투자드는 성스러운 빛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넬쥴의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믿음으로 바꾸어 놓는 목표를 아주 쉽게 달성했다. 저주받은 자들의 교단의 크기와 영향력이 점점 커지자 켈투자드는 로데론 권력층의 눈길을 피해 교단의 일을 비밀로 유지하려 했다.

로데론에서 있었던 켈투자드의 성공으로 리치 왕은 인간 문명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기 위한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그의 역병의 힘을 역병 가마솥이라는 이동 가능한 용기 여러 개에 담은 후, 넬쥴은 켈투자드에게 이 가마솥들을 로데론으로 수송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교도 집단이 장악한 여러 마을 안에 가마솥들을 숨겨 놓을 계획이었다. 그러면 충성스러운 이교도들의 보호를 받은 가마솥은 전염병 생성기로 작동하게 되고 아무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로데론 북부의 농장과 도시들에 역병을 퍼뜨리게 되는 것이었다.

리치 왕의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하여 로데론 북부 마을들 중 다수가 거의 즉시 오염되었다. 노스랜드에서와 마찬가지로, 역병에 걸린 주민들은 죽음을 맞았고 그 후 리치 왕의 자발적인 노예로 되살아났다. 켈투자드 수하의 이교도들은 기꺼이 죽어 어둠의 지배자의 충성스러운 신하로 다시 살아나기를 자처했다. 그들은 언데드로 불사의 몸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기뻐 날뛰었다. 역병이 번지면서 북부 지역에 점점 더 많은 수의 흉포한 좀비들이 나타났다. 켈투자드는 점점 더 수가 불어나는 리치 왕의 군대를 지켜보며 '스컬지'라 이름 붙였다. 이는 곧 로데론 성문으로 진격해 이 세계에서 인류를 완전히 제거해 버릴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얼라이언스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죽음의 이교도들이 모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영토 장악과 정치 세력을 놓고 다 투기 시작했다. 로데론의 테레나스 국왕은 가장 암울했던 시기에 맺었던 불안한 서약이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기 시작했다. 테레나스는 오크족이 아제로스를 점령한 동안 파괴된 스톰윈드를 재건할 수 있도록 얼라이언스 지도자들을 설득해 금전적, 노동적 지원을 받았던 것이었다. 그로 인한 세금 인상과 수많은 오크 수용소를 운영하는 데 드는 자금으로 인해 수많은 지도자들, 그 중에서도 특히 길니아스의 지도자 겐 그레이메인이 얼라이언스를 탈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냉담한 실버문 하이 엘프들은 2차 대전쟁 당시 인간들의 형편없는 지도력 때문에 자신들의 숲이 타 버렸다며 얼라이언스에 대한 충성을 철회했다. 테레나스는 조바심을 억누르고 수 백명의 용맹스러운 인간들이 목숨을 바쳐 지키지 않았다면 쿠엘탈라스는 철저히 파괴되었을 것이라고 하이 엘프들을 조용히 설득해 보았지만 엘프들은 완강히 고집을 부리며 자신들 나름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엘프들이 떠나자 길니아스와 스트롬가드도 탈퇴를 선언했다.

비록 얼라이언스가 분열되고 있었지만 테레나스 국왕에게는 믿을 수 있는 동맹이 있었다. 쿨 티라스의 프라우드무어 제독과 아제로스의 젊은 국왕 바리안 린은 얼라이언스에 계속 충성했으며 대마법사 안토니다스가 이끄는 키린 토의 마법사들도 테레나스의 통치에 대한 달라란의 확고부동한 지원을 맹세했다. 아마 그 중 가장 든든한 것은 카즈 모단을 호드의 지배에서 해방시킨 얼라이언스에 대해 드워프 국왕 마그니 브론즈비어드가 아이언포지 드워프들이 영원히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맹세하고 나선 것이었을 것이다.







여러 달 동안 준비를 해오던 켈투자드와 그의 저주받은 자들의 교단은 마침내 로데론에 언데드 역병을 퍼뜨리며 첫 공격을 감행했다. 우서와 그의 성기사 동료들은 감염된 지역을 조사해 이 역병을 멈출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역병은 점점 더 퍼지면서 얼라이언스를 분열시킬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언데드의 대열이 로데론 전역을 휩쓸고 다니자 테레나스의 외아들 아서스 왕자가 스컬지에 맞서 싸우기 위해 나섰다. 아서스는 켈투자드를 쓰러뜨리는 데 성공했지만 영토를 지키던 병사들이 하나씩 쓰러질 때마다 언데드 대열은 늘어만 갔다. 거의 천하무적으로 보이는 적을 만나 지치고 좌절한 아서스는 적을 제압하기 위해 갈수록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에 아서스의 동지들은 그가 인간으로서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아서스의 두려움과 결의는 점점 자신의 파멸을 초래했다. 그는 역병의 위협을 영원히 제거하기 위해 노스랜드까지 역병의 근원을 추적했다. 하지만 오히려, 아서스 왕자는 결국 리치 왕의 엄청난 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서스는 그의 백성을 구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저주 받은 룬문자 검, 서리한을 집어 들었다. 이 검은 아서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부여했지만 대신 그의 혼을 빼앗아 리치 왕의 최정예 죽음의 기사로 만들어 버렸다. 혼을 빼앗겨 제정신을 잃은 아서스는 스컬지를 이끌고 자신의 왕국을 공격했다. 결국 자신의 아버지 테레나스 국왕을 살해한 아서스는 로데론을 리치 왕의 철통 같은 발 아래 굴복시켜 버렸다.




아서스는 자신이 적으로 생각한 모든 이들을 물리쳤지만 그 후에도 계속해서 켈투자드의 유령에게 시달렸다. 켈투자드의 유령은 리치 왕이 세운 계획의 다음 단계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환생해야 한다고 얘기했다. 아서스는 그를 환생시키기 위해서 하이 엘프의 영원한 왕국, 쿠엘탈라스 안에 숨겨져 있는 신비한 태양샘으로 켈투자드의 시체를 가져가야만 했다.

아서스와 그의 스컬지 군대는 쿠엘탈라스를 침공해 엘프족의 무너져 가는 방어 전선에 공격을 가했다. 실버문의 순찰대 사령관 실바나스 윈드러너의 용맹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아서스는 결국 하이 엘프 군대를 전멸시키고 태양샘까지 도달했다. 아서스는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잔인하게도 실바나스의 쓰러진 육체를 밴시로 소생시켜 언데드로 영원히 쿠엘탈라스의 새로운 정복자를 섬기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아서스는 켈투자드의 시체를 태양샘의 거룩한 물 속에 담갔다. 이로 인해 강력한 힘을 지닌 영원의 물은 오염되었지만 켈투자드는 마술사 리치로 환생했다. 훨씬 더 강력한 존재로 환생한 켈투자드는 리치 왕 계획의 다음 단계를 설명했다. 아서스와 죽은 자들의 군대가 남쪽을 향할 무렵에는 쿠엘탈라스에 엘프가 단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 9천 년 넘게 유지되어 오던 하이 엘프족의 영광스러운 고향이 마침내 함락된 것이었다.




켈투자드가 다시 살아나자 아서스는 스컬지를 이끌고 달라란을 향해남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켈투자드는 강력한 메디브의 마법서를 탈취해 그 책을 이용해 아키몬드를 이 세계로 다시 소환했다. 이 시점부터 아키몬드는 불타는 군단의 마지막 침공을 직접 개시하게 된다. 키린 토의 마법사들마저도 메디브의 마법서를 지키지 못했고 곧 켈투자드는 마법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준비를 갖추었다. 1만 년이 지난 후 강력한 악마 아키몬드와 그의 수하들이 다시 한번 아제로스 세계에 들어왔지만 그들의 최종 목적지는 달라란이 아니었다. 킬제덴의 직속 수하에 있는 아키몬드와 그의 부하 악마들은 언데드 스컬지를 따라 칼림도어로 향했다. 세계수, 놀드랏실을 파괴하러 가는 것이었다.

이런 혼돈의 와중에서 불가사의한 예언자 하나가 필멸의 종족들을 인도하기 위해 나타났다. 이 예언자는 다름 아닌 최후의 수호자 메디브였다. 그는 과거에 저지른 자신의 죄악에 대한 속죄를 하기 위해 타계로부터 기적적으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메디브는 호드와 얼라이언스에게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서로 손을 잡을 것을 촉구했지만 수세대에 걸친 증오에 지친 오크와 인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다. 메디브는 하는 수 없이 각 종족을 개별적으로 상대해 예언과 속임수를 써서 그들을 바다 건너에 있는 전설의 대륙, 칼림도어로 인도했다. 곧 오크와 인간들은 오랜 세월 동안 숨겨져 있던 칼도레이 문명을 마주하게 되었다.

스랄이 이끄는 오크들은 칼림도어의 불모의 땅을 지나가며 여러 번 좌절을 겪었다. 케른 블러드후프와 그의 강한 타우렌 전사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크들이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을 괴롭혀 왔던 사악한 피의 욕구에 굴복하기 시작했던 것이었다. 스랄의 최고 부관인 그롬 헬스크림마저도 자신의 본능에 굴복해 호드를 배반하고 말았다. 헬스크림과 그의 충성스런 전쟁노래 부족 전사들은 잿빛 골짜기 숲을 은밀히 지나가던 중 고대 나이트 엘프족 파수꾼들과 충돌하게 되었다. 오크들이 또 다시 호전적으로 변한 것이라 확신한 반신 세나리우스는 앞에 나서 헬스크림과 그의 오크 부하들을 몰아내야 했다. 그러나 초자연적인 증오와 분노에 사로잡힌 헬스크림과 그의 오크 부하들은 간신히 세나리우스를 처치하고 고대 숲 지역을 타락시켰다. 결국, 헬스크림은 스랄을 도와 맨 처음 자신의 증오와 분노의 혈통으로 오크족에게 저주를 내렸던 악마 군주 만노로스를 물리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했고 만노로스의 죽음으로 오크의 피의 저주는 마침내 종결되었다.

메디브가 오크와 인간에게 동맹의 필요성에 대해 납득시키는 동안 나이트 엘프들은 비밀스러운 방법으로 불타는 군단과 싸웠다. 나이트 엘프 파수꾼들의 불멸의 대사제 티란데 위스퍼윈드는 악마들과 언데드가 잿빛 골짜기 숲에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싸웠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티란데는 천년 동안 잠들어 있는 나이트 엘프 드루이드들을 깨우기 위해 떠났다. 자신의 아주 오랜 연인인 말퓨리온 스톰레이지를 불러낸 티란데는 방어 전선을 재정비하고 불타는 군단을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말퓨리온의 도움으로 불타는 군단과 스컬지 동맹군을 무찌르기 위해 이제 자연 그 자신이 직접 일어난 것이었다.

긴 잠을 자고 있는 더 많은 다른 드루이드들을 찾던 말퓨리온은 자신의 형제인 일리단을 속박해 두었던 고대 감옥을 발견했다. 티란데는 일리단이 불타는 군단과의 전쟁에서 자신들을 도와줄 것이라 믿고 마술사인 그를 풀어 주었다. 일리단은 한동안 그들을 도와주었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을 좇아 달아나 버렸다.

나이트 엘프들은 더욱 분발하여 불굴의 투지로 불타는 군단과 싸웠다. 불타는 군단은 오랜 세월 동안 세계수의 힘의 근원이자 나이트 엘프 왕국의 중심인 영원의 샘에 대한 욕망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 세계수에 대해 계획한 공략이 성공할 경우 악마들은 말 그대로 이 세계를 갈가리 찢어 놓게 되는 것이었다.





메디브의 인도로, 칼림도어에서 인간 군대를 이끄는 제이나 프라우드무어와 오크 대족장 스랄은 자신들의 차이점은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마찬가지로, 말퓨리온과 티란데가 이끄는 나이트 엘프족도 세계수를 지키기 위해서는 서로 단결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공동의 목표를 위해 아제로스의 종족들은 힘을 합쳐 세계수의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세계수 고유의 힘을 부여 받은 말퓨리온은 놀드랏실의 격노를 해방시켰고 이로써 아키몬드를 철저히 파멸시키고 영원의 샘과 불타는 군단 사이의 고리를 끊어 놓는 데 성공했다. 최후의 전쟁은 칼림도어 대륙을 뿌리까지 흔들어 놓았다. 영원의 샘으로부터 힘을 얻지 못한 불타는 군단은 필멸의 군단의 단결된 힘 앞에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워크래프트 3 확장팩: 얼음 왕좌

불타는 군단이 잿빛 골짜기를 침공하는 동안 일리단은 1만 년 동안 갇혀 있던 무덤 감옥에서 풀려 났다. 그는 한동안 동지들을 달래기 위해 노력했지만 곧 자신의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 굴단의 해골이라 불리는 흑마법사 유물의 강력한 기운을 에너지를 집어삼켰다. 이렇게 함으로써 일리단은 악마적인 면모를 개발하고 엄청나게 증폭된 힘을 갖게 되었다. 또한 그는 굴단의 오랜 기억의 일부를 손에 넣었는데, 특히 암흑의 티탄, 살게라스의 시체가 안치되어 있다는 소문이 있는 섬인 살게라스의 무덤에 대해 알게 되었다.

막대한 힘을 가지고 다시 한번 세상을 마음껏 누비게 된 일리단은 광대한 이 세상에서 자신만의 자리를 찾기 위해 떠났다. 그러나 일리단과 맞닥뜨린 킬제덴은 일리단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한 가지 했다. 킬제덴은 하이잘 산에서 아키몬드가 패배한 것에 분개하고 있었지만 복수보다는 걱정이 더 컸다. 자신이 창조한 리치 왕이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 킬제덴은 일리단에게 넬쥴을 처단하고 언데드 스컬지를 영원히 파멸시켜 버릴 것을 지시했다. 그 대가로 일리단은 막대한 힘을 얻고 불타는 군단의 나머지 군주들 사이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히게 될 것이었다.

일리단은 이에 동의하고 즉시 리치 왕의 영혼이 갇혀 있는 얼음 수정 통인 얼음 왕좌를 파괴하러 나섰다. 일리단은 얼음 왕좌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유물이 필요하게 될 것을 알았다. 그리고 굴단의 기억에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살게라스의 무덤을 찾아 이 암흑의 티탄의 시체를 차지하기로 했다. 그는 오래 전의 빚을 요구하며 뱀처럼 생긴 나가를 그의 바다 밑 소굴에서 나오도록 불러냈고 교활한 마녀, 여군주 바슈지의 인도를 받는 나가는 살게라스의 무덤이 있다고 소문 난 부서진 섬에 일리단이 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일리단이 나가와 함께 떠나자 교도관 마이에브 섀도우송이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마이에브는 지난 1만 년 동안 일리단을 감시해 온 교도관으로서 다시 일리단을 붙잡아 두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기뻐했다. 그러나 일리단은 마이에브와 그녀의 감시자들을 따돌리고 그들을 피해 살게라스의 눈을 차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 강력한 살게라스의 눈을 손에 넣은 그는 옛 마법사 도시, 달라란으로 갔다. 그 도시의 마력선들로 힘이 강화된 일리단은 살게라스의 눈을 이용해 노스랜드에 위치한 리치 왕의 머나먼 요새, 얼음왕관에 파괴적인 마법 주문을 사용했다. 일리단의 공격은 리치 왕의 방어막을 산산이 부수고 세계의 지붕마저 찢어 버렸다. 마지막 순간에 일리단의 파괴적인 마법 주문은 그의 형제 말퓨리온과 여사제 티란데가 마이에브를 도우러 옴으로써 중단되었다.

얼음 왕좌를 파괴하지 못한 데 대해 킬제덴이 노하게 될 것을 안 일리단은 오크의 옛 고향 드레노어의 마지막 남은 부분인 아웃랜드이라는 황야의 차원으로 도망쳤다. 그곳에서 킬제덴의 분노를 피하며 자신이 취할 다음 행동을 생각해 볼 계획이었다. 일리단이 제지되는 것을 본 말퓨리온과 티란데는 고향인 잿빛 골짜기 숲으로 돌아와 그들의 동족을 돌봤다. 그러나 마이에브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일리단을 따라 아웃랜드로 가서 그에게 정의의 처단을 내리고자 했다.





이 즈음, 언데드 스컬지는 로데론과 쿠엘탈라스를 유독한 오염지대로 본질적으로 변형시켜 버렸다. 그곳에는 아주 소수의 얼라이언스 저항 세력만이 남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주로 하이 엘프들로 이루어진 무리로, 선스트라이더 왕조의 마지막 후손인 캘타스 왕자가 이끌고 있었다. 캘타스는 그 자신도 상당한 실력을 지닌 마법사였다. 단절된 하이 엘프들은 자신들의 고향 땅을 잃은 것에 대해 슬퍼하며 쓰러져 간동족들을 기리기 위해 스스로를 '블러드 엘프'라 부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스컬지의 접근을 저지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동안 그들에게 힘을 주던 태양샘으로부터 단절되어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마법에 중독된 동족을 치료할 치료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캘타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 바로 힘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마력의 근원을 찾기 위한 기대로 자기 동족의 귀족 혈통을 받아들여 일리단 및 그의 나가족과 손을 잡은 것이었다. 나머지 얼라이언스 사령관들은 블러드 엘프를 반역자로 낙인 찍어 영원히 추방했다.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캘타스와 블러드 엘프들은 일리단을 따라 아웃랜드로 이동하여 일리단을 다시 붙잡았던 감시자 마이에브와 맞섰다. 나가와 블러드 엘프의 연합 세력은 가까스로 마이에브를 무찔러 마이에브가 더 이상 일리단을 쫓아 다니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웃랜드에 자리잡은 일리단은 다시 한번 리치 왕과 그의 얼음왕관 요새를 치기 위해 군대를 모았다.





리치 왕, 넬쥴은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얼음 왕좌 안에 갇힌 그는 킬제덴이 첩자를 보내 자신을 파멸시킬 것이라 생각했다. 얼음 왕좌는 일리단의 마법 주문의 영향을 받아 손상되었고 이에 따라 리치 왕은 날마다 그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스스로 자신을 구하기를 간절히 원하던 그는 가장 아끼는 필멸의 신하, 죽음의 기사 아서스 왕자를 곁에 불러들였다.

리치 왕이 쇠약해짐에 따라 그 자신의 힘도 약해진 아서스는 로데론에서 내란을 수습하고 있었다. 언데드 군대 중 절반이 밴시 실바나스 윈드러너의 지휘 아래 언데드 제국을 장악하기 위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었다. 리치 왕의 부름을 받은 아서스는 오염지대 전역에서 전쟁의 물결이 거세어져 가는 와중에 스컬지를 자신의 부관, 켈투자드의 손에 맡기고 떠나야만 했다.

결국, 실바나스와 포세이큰이라 불리는 그녀의 언데드 반란군은 폐허가 되어 버린 로데론의 수도를 점령했다. 허물어진 이 도시 밑에 자신들의 보루를 건설한 포세이큰은 스컬지를 물리치고 이 땅에서 켈투자드와 그의 졸개들을 몰아낼 것을 맹세했다.

쇠약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주인을 구하겠다는 의지로 노스랜드에 도착한 아서스가 만나게 된 것은 그를 기다리고 있던 일리단의 나가와 블러드 엘프들뿐이었다. 아서스와 그의 네룹인 동지들은 얼음왕관 빙하로 가서 얼음 왕좌를 수호하기 위해 일리단의 군대와 경주를 벌이게 되었다.





비록 쇠약해진 상태였지만 아서스는 결국 일리단을 제치고 얼음 왕좌에 도착했다. 아서스는 자신의 룬문자 검, 서리한으로 리치 왕의 얼음 감옥을 부수고 넬쥴의 마법 투구와 흉갑을 꺼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한 투구를 머리에 쓴 아서스는 스스로 새로운 리치 왕이 되었다. 넬쥴이 계속 계획해 왔던 대로 넬쥴과 아서스의 영혼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강력한 존재가 되었다. 아서스는 세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존재 중 하나가 된 반면, 일리단과 그의 군대는 치욕스럽게도 아웃랜드로 도망치듯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소문에 의하면, 새로운 불멸의 리치 왕 아서스는 노스랜드에 거처하며 얼음왕관 요새를 재건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신뢰하는 부관 켈투자드는 오염지대에서 스컬지를 지휘하고 있고, 실바나스와 그녀의 포세이큰 반란군은 전쟁으로 파괴된 왕국의 작은 부분인 티리스팔 숲만을 차지하고 있다.





필멸의 종족들은 비록 승리는 했지만 전쟁으로 갈갈이 찢긴 세계에 남아 있는 자신들을 발견했다. 스컬지와 불타는 군단은 로데론 문명을 거의 남김없이 파괴해 버렸고 칼림도어에서도 사정은 거의 마찬가지였다. 치유해야 할 숲과 묻어 두어야 할 원한, 그리고 정착해야 할 고향 땅이 있었다. 전쟁은 각 종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모두 사심을 버리고 힘을 합쳐 새로운 시작을 도모했다. 이러한 노력은 얼라이언스와 호드 사이의 불편한 휴전 협정으로 시작되었다.

스랄이 이끄는 오크족은 칼림도어 대륙에서 타우렌 동지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삶의 터전을 잡았다. 오크들은 그들의 새로운 땅을 스랄의 살해된 아버지의 이름을 따 듀로타라 명명하고 그곳에 정착해 한때 영광스러웠던 자신들의 사회를 재건하고자 했다. 악마의 저주가 끝난 지금, 한때 호전적인 파괴자였던 호드 무리는 너그러운 상태로 변했다. 이제는 정복보다는 생존과 번영에 주력하게 된 것이다. 고귀한 타우렌과 머리 좋은 검은창 부족 트롤의 도움으로 스랄과 그의 오크들은 새로운 고향 땅에서 평화의 새 시대를 기대하고 있었다.
제이나 프라우드무어가 이끄는 나머지 얼라이언스군도 칼림도어 남부에 정착했다. 그들은 먼지진흙 습지대 동부 해안에 굳건한 항구 도시 테라모어를 건설했다. 그곳에서 인간과 드워프 동맹은 그들에게 혹독하기만 한 땅에서 생존을 위해 노력했다. 듀로타와 테라모어의 수호자들은 모두 서로 간에 일시적인 휴전 상태를 유지했지만 식민지에서의 깨지기 쉬운 평온함은 오래 지속될 수 없는 것이었다.

오크와 인간 사이의 평화는 칼림도어에 대규모 얼라이언스 함대가 도착하면서 깨어졌다. 제이나의 아버지인 총사령관 댈린 프라우드무어가 지휘하는 강력한 해군은 아서스가 왕국을 파괴하기 전에 로데론을 떠나 있었다. 프라우드무어 함장은 힘겹게 수개월 동안 항해하며 얼라이언스 생존자들을 찾고 있었다.

프라우드무어의 대규모 함단은 그 지역의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불러왔고 2차 대전쟁에서 영웅으로 명성을 얻은 제이나의 아버지는 호드의 강한 적으로, 오크들이 다시 땅에 발붙이기 전에 듀로타를 파괴해 버리려 했다.

총사령관 프라우드무어는 제이나에게 끔찍한 결정을 내리도록 했다. 그것은 그녀의 새로운 동족들을 배신하고 오크와의 전쟁에서 아버지를 돕느냐, 아니면 스랄과 오크족의 편에서 겨우 이루어 낸 얼라이언스와 호드 간의 깨지기 쉬운 평화를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싸우냐 하는 것이었다. 심사숙고 끝에 제이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미쳐 버린 자신의 아버지를 물리치기 위해 스랄을 도왔다. 불행히도, 제이나가 아버지와 화해하거나 오크족이 더 이상 피에 굶주린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전에 프라우드무어 제독은 전장에서 숨을 거두었다. 그녀의 신의를 확인한 오크들은 제이나의 군대가 고향인 테라모어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