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는 어떻게 거꾸로 매달릴 수 있나
다리털-천장사이 인력작용 덕분
거미가 방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 자유자재로 기어 다니는 모습이 종종 관찰된다. 가만히 붙어있기도 힘들 텐데 어떻게 움직이기까지 할까. 발바닥에서 특이한 접착제라도 분비되는 것일까.최근 독일과 스위스 공동연구팀은 거미의 발바닥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결과 발에 나 있는 무수한 털과 천장면 사이의 약한 인력(반데르발스 힘)이 거미가 땅에 떨어지지 않고 버티게 만드는 비결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내용은 전 세계 물리학 뉴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 피직스웹 20일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관찰한 대상은 거미줄을 치지 않고 점프하며 먹이를 잡는 깡충거미류의 일종(E. arcuata). 연구팀은 이 거미의 8개 다리가 무수한 미세한 털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털 하나의 폭은 머리카락 1000분의 1 정도인 수백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수준.
흥미롭게도 이 미세한 털이 천장면과 수 나노미터 떨어져 있을 때 이들 사이에서 서로 끌어당기는 반데르발스 힘이 작용한다.
반데르발스 힘은 1873년 네덜란드의 과학자 반데르발스가 제시했는데 전기적으로 중성인 두 물체가 매우 가까워질 때 발생하는 인력을 말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거미의 미세한 털 60여만개가 바닥면과 접촉할 때 자신의 몸무게(15mg)보다 무려 173배나 되는 무게도 지탱할 수 있다. 젖었거나 미끄러운 곳에서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독일 연구팀의 안토니아 케셀 박사는 “이번 연구를 응용하면 젖었거나 기름기가 있는 곳에도 달라붙는 포스트잇을 개발할 수 있다”며 “우주비행사가 우주선 바깥에서 안전하게 달라붙은 채 이동할 수 있는 우주복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수년 전 도마뱀이 천장에 발가락 하나를 붙이고 거꾸로 매달려 있는 비결이 발바닥의 미세한 털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출처 : 과학동아